공급난에 정시 도착 화물 10%로 `뚝’···오일쇼크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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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사면초가’···중국 전력난 등 원유수요 늘어
브렌트유 연말 90弗까지 전망···9월 에너지가격 17.4% 급등
물류대란·임금상승 등 겹치며 기업들 원가 비용 부담 가중

유가가 뛰면서 가뜩이나 구인난에 따른 임금 상승, 공급망 문제에 허덕이던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에서 공급난 지속에 물류대란, 에너지 가격 폭등마저 겹쳤다. 기업들로서는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할 판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여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수렁으로 글로벌 경제를 밀어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공급난에 원유 가격 급등세

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지난 2014년 11월 이후 근 7년 만에 최대치인 배럴당 77.62달러까지 치솟은 것은 이런 시장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같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가 추가 증산을 하지 않기로 해 전날 대비 2.3%나 올랐다. 중국의 대규모 전력난도 원유 수요 증가에 한몫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종종 오일쇼크를 동반했으며, 최근 공급망 붕괴로 인해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일쇼크의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당장 인플레이션 공포에 시장이 파랗게 질리고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공급이 핵심 문제인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지금의 3.6%에서 연말에는 4.0%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심각한 석탄 부족을 겪으면서 주요 공장들이 장기간 가동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설상가상 베트남도 코로나19 봉쇄 탓에 각종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그 결과 칩 부족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제너럴모터스(GM)는 3분기 판매량이 33%가량 급락했다. 올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9%에서 6%(14억 1,000만 대,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로 하향 조정됐다.

급기야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공급 문제와 병목현상이 해결되지 않아 “좌절스럽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갈 수 있다”고도 했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현재 가장 중요한 지표는 소비자 인플레이션”라며 “기저효과를 말했던 파월 의장이 이제 공급 부족을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유대란’ 英서 유럽으로 번져

물류난은 심각하다. 정보 제공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평소 70% 수준인 아시아~미국 화물선의 정시 도착 비율이 8월 10%로 뚝 떨어졌다. CNBC는 “컨테이너 처리 문제가 내년 연말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내후년인 2023년 초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 업체 트랜스포트인텔리전스(Ti)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서 트럭 운전사가 40만 명 넘게 부족하다. 코로나19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고령화, 처우 문제 등이 겹친 결과다.

원자재는 고공 행진 중이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는 9월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7.4% 급등한 것으로 추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올해 말까지 90달러 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밀러타박의 맷 말리 수석 마켓 스트래지스트는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가 야기한 공급망 문제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것이 일어날 경우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 매우 부정적인 방식으로 빠르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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