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관 마련은 새로운 출발점…이제는 동포사회와 더 가까이 소통해야
회관 관련 현안도 가능한 범위에서 설명하고 다양한 목소리 귀 기울이길
허재은 회장이 이끄는 시카고한인회는 지난 7월 글렌뷰의 새 한인회관 리모델링을 마치고 소프트 오프닝을 가졌다. 이후 새 회관에서는 한인사회의 공식 행사도 열리면서 새로운 공간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한인사회가 기다려 온 새 회관이 마련됐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기존 회관을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동포들의 관심과 후원이 있었을 것이다.
기자가 새 회관을 둘러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도 ‘이 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였다.
회관은 단순히 한인회 사무실로 사용하는 건물이 아니다.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고, 각기 다른 단체들이 교류하며, 한인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새 회관은 분명 좋은 출발점이다.
다만 최근 한인사회에서 회관 리모델링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를 궁금해하는 동포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인회 측은 변호사를 통해 법적 절차에 대응하고 있으며 관련 수입·지출 내역도 공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사안이 사안인 만큼 법적인 판단은 법원에 맡겨야 한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사실관계를 단정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기자의 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한인회관은 회장이나 임원 몇 사람의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다. 많은 동포들의 관심과 후원, 그리고 한인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공동체의 공간이다. 그렇다면 회관과 관련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한인회가 공개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현재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소통은 문제가 없을 때보다 문제가 있을 때 더 중요하다.
한인회가 적극적으로 설명한다고 해서 모든 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동포들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나 추측에 의존하는 일은 줄어들 수 있다.
더구나 이제 새 회관이 마련된 만큼 시카고한인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건물을 마련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시카고 한인사회에는 문화, 종교, 체육, 교육, 경제, 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있다. 세대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서로의 관심사와 입장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인회가 모든 사람의 의견을 하나로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듣고 연결하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한인사회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기존의 어르신 세대와 차세대가 한 공간에서 만나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새 회관이 갖는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인회가 새로운 회관을 마련하면서 강조했던 ‘세대와 이웃을 아우르는 공동체’라는 방향도 결국 이런 소통에서 출발할 것이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새 회관에 행사가 얼마나 많이 열리는가도 중요하지만, 평소에도 동포들이 부담 없이 찾아가고 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한인회 임원들만 사용하는 회관이 아니라, 이름 그대로 ‘한인 모두의 회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을 추진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소통의 시작은 될 수 있다.
현재 회장단의 임기도 이제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거창한 사업을 몇 개 더 만드는 것보다 동포사회와 신뢰를 쌓는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새 회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탰다면, 이제는 그 공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 건물은 눈에 보이지만, 신뢰와 소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인사회를 움직이는 데 있어서는 어쩌면 건물보다 그런 보이지 않는 힘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자는 새 한인회관을 바라보며 한 가지를 기대해 본다.
새 회관의 문이 활짝 열리는 것과 함께 시카고한인회의 소통의 문도 활짝 열렸으면 한다.
조용한 한인회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포사회가 궁금해하는 일에 대해서까지 지나치게 조용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새로운 회관을 마련한 시카고한인회가 이제는 새로운 소통의 시대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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