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벤션 김은현 대표가 그린 ‘데이터의 서정(抒情)’
구로디지털단지의 정오. 거대한 유리 빌딩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이곳은 대한민국의 심장박동이 가장 빠르게 뛰는 곳 중 하나다. 2026년 4월 10일, 봄이지만 어김없이 꽃샘 추위가 왔다. 벚꽃들이 떨어지면서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짧고 바람은 겨울의 잔상을 머금은 채 쌀쌀하게 뺨을 스친다. 코트 깃을 여미며 들어선 이인벤션(e-Invention)의 집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빛 도심의 속도와는 대조적으로, 그곳에는 정돈된 고요함과 은은한 차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김은현 대표는 숫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성벽을 쌓아 올린 전형적인 IT 기업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폭풍우를 견뎌낸 뒤 평온한 호수를 마주한 구도자의 눈빛에 가까웠다.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광고라는 거친 파도를 타온 그는, 이제 데이터라는 차가운 언어 속에 ‘사람’이라는 따뜻한 문장을 채워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누적 취급고 3조 원이라는 압도적인 성취. 하지만 그 화려한 숫자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헤맸던 한 인간의 지독한 고뇌와 인내가 서려 있었다.
17년의 풍화, 감각의 시대에서 데이터의 시스템으로
광고업은 늘 시대의 가장 선두에서 변화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직업이다. 김 대표가 처음 이 길에 들어섰던 17년 전, 광고는 철저히 ‘감각’의 영역이었다. 누군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한 줄, 혹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예리한 촉이 승패를 갈랐다. 하지만 그는 그 감각의 불확실성에 의문을 던졌다.
“과거에는 무엇이 좋은 광고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정성적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철저히 데이터와 효율, 그리고 구조의 영역으로 넘어왔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광고를 단순히 ‘알리는 행위’가 아니라 ‘예측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재정의했다. 17년이라는 시간은 그에게 감각을 버리게 한 것이 아니라, 그 감각을 데이터라는 견고한 틀 안에 가두어 누구든 재현 가능한 ‘성과’로 치환하게끔 만들었다.
3조 원의 무게, 본질이라는 닻을 내리다
누적 취급고 3조 원이라는 숫자는 경이롭다. 그러나 경영자에게 성장은 달콤한 열매인 동시에 무거운 족쇄이기도 하다. 회사가 커질수록 수익성과 규모 사이의 괴리는 깊어졌고, 외부 환경의 변화는 시시각각 목을 조여 왔다. 김 대표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지속가능하게 하는가?” 그가 찾은 답은 결국 ‘본질’이었다. 매출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고객이 진짜 원하는 성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타협하기보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는 고통을 기꺼이 감내했다. 위기는 그를 흔들었지만, 그는 그 흔들림을 동력 삼아 조직의 기준을 높였다. 3조 원은 그가 쌓아 올린 돈의 액수가 아니라, 그가 지켜온 신념의 두께인 셈이다.
AI, 사람을 대체하는 칼이 아닌 빛나는 도구
최근 AI의 역습은 광고업계에 거대한 불확실성을 몰고 왔다. 창의성마저 기계가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김은현 대표는 AI를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적’이 아닌, 광고업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해방의 열쇠’로 규정한다. 실제로 광고 현장에는 데이터 정리, 보고서 작성, 정산 등 소모적인 반복 업무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광고인의 본질인 기획과 전략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사전에 소진하게 만든다. 김 대표는 “AI는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 기술”이라며 이 지점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이인벤션이 AI와 업무 자동화 솔루션 개발에 사활을 거는 명분은 명확하다. 기계에게는 차가운 ‘계산’과 ‘반복’을 맡기고, 사람에게는 뜨거운 ‘사유’와 ‘관계’의 시간을 돌려주겠다는 선언이다. 기술의 고도화가 이끄는 종착지는 결국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디딤돌 삼아 더 높은 차원의 가치를 창조해 내는 인간의 위대함에 닿아 있다.
특허에 담긴 노하우, 개인의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광고 산업의 가장 아픈 급소이자 치명적인 리스크는 역설적이게도 ‘사람’ 그 자체에 있다. 소수의 유능한 인재나 개인의 영감에만 의존하는 조직 구조는 그 인적 자원이 흔들릴 때마다 기업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지는 불안정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김은현 대표가 끊임없이 특허를 출원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명확해진다. 그는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현장에서 온몸으로 겪어낸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만의 독창적인 문제 해결 방식들을 단순히 머릿속에 가두지 않고, 정교하게 구조화하여 기업의 ‘지식 재산’으로 탈바꿈시켰다. “개인의 경험이 그저 한 사람의 역량에만 머문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회사 자산이 아니다. 반드시 시스템으로 풀어내야만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쌓아온 수많은 인증과 장관 표창은 단순한 권위의 상징을 넘어, 이인벤션이 보유한 암묵적 노하우들이 객관적으로 체계화되었음을 증명하는 공인된 기록들이다. 그는 이제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기댄 회사를 넘어,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성과를 구조적으로 복제하고 생산해내는 ‘신뢰의 플랫폼’을 견고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맥락을 읽는 눈, 기술이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
질문을 던졌다. AI 시대에 과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는 잠시 창밖의 쌀쌀한 풍경을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맥락을 읽고, 책임지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능력입니다.” 데이터는 ‘현상’을 보여주지만, ‘마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광고주가 왜 불안해하는지, 시장의 미세한 흐름 속에 숨겨진 소비자의 욕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선택이 우리 공동체에 장기적으로 옳은 것인지는 오직 인간의 가슴만이 판단할 수 있다. 그는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의 ‘진심’은 희소가치를 가질 것이라 믿는다. 그가 그리는 데이터의 세계는 결국 인간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통합 성장 파트너, 광고대행사를 넘어 혁신의 설계자로
이인벤션의 비전은 ‘광고를 잘하는 회사’에 머물지 않는다. 김 대표는 스스로를 ‘통합 성장 파트너’라고 자칭했다. 광고주의 매출 증대는 물론 브랜드의 성장 방향, 심지어 내부의 업무 효율까지 함께 고민하고 설계하는 구조다. 이것은 일종의 경영 컨설팅이자 시스템 혁신이다. 그는 광고, 데이터, 운영, 기술을 하나로 엮어 고객사가 성장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한다. “우리는 고객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는 회사가 되고자 합니다.” 그의 포부는 이미 광고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 기업 경영의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수익성 중심의 건강한 성장, 지속가능한 내일을 향해
많은 벤처 기업이 외형 성장의 달콤한 함정에 빠지곤 한다. 눈에 보이는 매출 숫자는 화려하게 늘어나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내실은 텅 비어가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김은현 대표는 이러한 ‘성장의 역설’을 누구보다 경계한다. 그가 그리는 이인벤션의 다음 10년, 그 핵심 목표는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성장’을 일궈내는 데 있다.“얼마나 많은 성과를 냈느냐보다, 그 과정이 얼마나 건강했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그의 말에는 17년이라는 긴 호흡 동안 광고업계를 지켜오며 쌓인 묵직한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은 결국 모래 위에 쌓은 성(사상누각)과 같아서, 작은 외부 변동에도 조직 전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내부 운영 시스템을 과감하게 자동화하고 전체적인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책이 아니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에서 사람을 해방시켜, 조직원들이 지치지 않고 각자의 고유한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결국 건강한 조직 문화와 구조에서만이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성과가 나온다는 그의 굳건한 믿음은, 오늘날 이인벤션을 지탱하는 가장 깊고 튼튼한 뿌리가 되고 있다
세계로 뻗는 운영의 미학, 경계를 허무는 기술력
김 대표의 시선은 이제 한반도의 지평선을 넘어, 국경 없는 데이터의 바다이자 광활한 글로벌 시장을 향한다. 광고 산업은 언어라는 장벽과 문화라는 깊은 골짜기가 때로는 진입을 가로막는 험준한 산맥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가 지난 17년간 집요하게 구축해 온 퍼포먼스 광고의 운영 체계와 지능형 자동화 시스템은 이미 특정 국가의 문법을 넘어선 ‘범용적 논리’의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수학이 만국 공통의 언어인 것처럼, 효율과 성과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적 언어로 세계와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는 결코 눈앞의 성급한 확장이나 조급함에 발을 떼지 않는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외형의 확대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시스템의 견고함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이라는 화려한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 낯선 땅에서도 통할 만큼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췄느냐는 점이다”라는 그의 말에서는, 기술에 대한 오만이 아닌 경영자로서의 겸허한 자신감이 읽힌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격언은 광고업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의 치열한 격전지에서 검증된 정교한 운영 노하우와 자동화 솔루션은 이제 하나의 ‘철학적 질서’가 되어, 문화적 편견이 개입할 틈이 없는 기술적 완결성을 지향한다. 이인벤션이 그리는 글로벌 영토는 단순히 물리적인 영토의 확장이 아니다. ‘K-광고’의 위상이 화려한 시각적 감각을 넘어, 가장 정교한 ‘운영의 미학’으로 전 세계에 깊이 스며드는 과정이다. 경계를 허무는 것은 결국 맹목적인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 안에 담긴 보편적 신뢰와 성과를 향한 집요한 설계라는 사실을 그는 묵묵히 증명해내고 있다.
창업가들에게 전하는 전언, 단거리가 아닌 긴 호흡의 여정
인터뷰의 막바지, 그는 이 시대의 수많은 창업가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사업은 열정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버티는 힘은 ‘기준’과 ‘철학’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는 속도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자기 사업의 본질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사람이 결국 멀리 갑니다.” 17년이라는 세월을 견뎌온 선배 경영자의 말에는 묵직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 자신에게 묻는다. “우리는 정말 본질에 집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그를 멈추지 않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김은현 대표와의 대화는 차가운 데이터 분석 보고서가 아니라, 따뜻한 인문학 에세이를 읽은 듯한 기분을 남겼다. 그는 숫자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 울창한 데이터의 나무들 사이로 ‘사람’이라는 햇살이 비치도록 가지를 치고 길을 냈다.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 우리는 종종 인간의 존재 증명을 의심받는다. 그러나 김은현이라는 경영자는 말한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더 빛나게 하기 위한 배경일 뿐이라고. 이인벤션의 다음 10년이 기대되는 이유는 그들이 달성할 숫자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증명해 낼 ‘인간 중심적 경영’의 승리가 우리 사회에 던질 선한 영향력 때문이다. 쌀쌀한 봄바람 속에서도 대지는 기어이 꽃을 피워내듯, 본질을 놓지 않는 그의 걸음이 세상의 수많은 기업가에게 희망의 이정표가 되길 빌어본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시인/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