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아이들, 시카고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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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위와 잦은 구름낀 날씨로 유명한 이곳 중서부 시카고 지역도 요즘은 연일 섭씨 27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무더운 날씨속에서 최근 “김일성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한국전쟁으로 생긴 많은 북한내 고아들을 동유럽에 위탁교육을 보낸것을 기록한 다큐영화가 상영되어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이 영화가 상영된 여수룬 교회에는 무더위에도 수백여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뤄 북한에 대한 시카고 교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오늘 이야기는 이날 상영된
‘김일성의 아이들’의 내용과 자신의 대학시절 지도교수가 바로 이영화속에서 주인공들로 등장하는
동유럽 위탁교육 한국전쟁 북한출신 고아로, 지도교수와 각별한 관계에 있었던 중서부 탈북민
김마태씨의 말을 중심으로 전해 드리고자 한다. 이날 영화상영에 참석한 탈북민 김마태씨는 북한에서
대학다녔을때 자신의 지도교수를 회상하며 더욱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고 말한다.
오는 7월 27일은 6.25전쟁의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3년 1개월 동안 금수강산을 피로
물든인 한국전쟁은 수많은 고아들을 낳았다. 당시 북한정부와 소련은 ‘사회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하여, 북한의 전쟁고아들을 동유럽에 맡겼다. 5000~10,000명에 이르는 전쟁고아들이 헝가리,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로 보내졌다.
이번에 시카고에서 상영된 김덕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은 망각의 강물에
휩쓸려가던 진실을 건져서 살아있는 역사로 복원한, 북한 출신 전쟁고아들의 기록영화라고 미주
탈북민 김마태씨는 그의 영화감상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는 10여개의 국제영화제에서 본선에 올랐고
로마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헝가리 파견 전쟁고아 출신이었던 대학교 지도교수로 부터 김마태씨는 교사들 중에는 정보요원이
섞여 있었고, 친구들끼리 서로 감시해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어떤 장벽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인간애가 있었다고 지도교수는 말했다고 한다. 북한의 아이들은 자유를 배웠고, 우정을 나누었다.
마태씨의 지도교수는 그들이 동유럽에 갔을때 영화에서 나온것처럼 현지인들이 매우 따뜻하게
품어주었고, 북한 아이들은 “아빠, 엄마”라는 한국어로 불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상영된 영화에서는 1959년 말 북한에서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었다. 북한은 소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로인해 결국 북한정부는 1959년에, 어엿한 청소년으로 자라난
고아들을 귀환시키기 시작한다. 돌아가지 않으려고 탈출했다가 붙잡힌 소년은 집단 구타를 당하여
불구자가 되기도 한다. 어릴때부터 동유럽에서 교육받고 생활했던 많은 동유럽 전쟁고아들이 당시
북한보다 훨씬 부유했던 동유럽에 남기를 원했지만 상황은 허락되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서 결혼까지 했던 동독의 레타나 홍, 폴란드의 오가렉 최, 루마니아의 미르초유를 비롯한 10여명의
여인들은 이산가족이 되기도 하였다. 미르초유는 30여 년간 한국어 루마니아어 사전을 만들었고
60년째 북한으로 간 전쟁고아 출신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1950년부터 1953년까지 한국 전쟁으로 남과 북에서 10만 명의 전쟁고아들이 발생했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능력조차 없던 시절, 북한과 남한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쟁고아 문제를 처리하게
된다. 남한의 전쟁고아들이 ‘해외 입양’이라는 방식을 통해 유럽과 미국으로 이주했다면, 북한의
전쟁고아들은 동유럽 여러 나라에 분산 수용되는 방식이었다. 이번 상영된 영화에서 많은
전쟁고아들의 슬프고도 힘겨운 삶이 보여진 것처럼 우리의 아름다운 한반도에서 다시는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미자유연맹 부총재 김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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