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치고도 참패···가시밭길 위에 선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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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 당선자가 4·15 총선 결과가 발표된 16일 숭인동 약국 앞에서 주민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당 고민정 서울 광진을 당선자는 노룬산시장 인근에서 주민을 끌어안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가운데 사진). 이수진 동작을 당선자는 흑석동 평화의소녀상을 찾아 묵념을 한 뒤 꽃을 전달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뉴스1]

거대한 변화 코로나 총선 이후

“다 뭉치고도 참패했다.”
미래통합당은 4ㆍ15 총선에서 1987년 개헌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지역구 후보만 낸 미래통합당의 84석, 계열사 격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19석을 합해 103석(35%ㆍ총 300석)을 얻는 데 그쳤다. 개헌 저지선만 간신히 지켰을 뿐,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국회의 권력을 문재인 정부에 고스란히 내줬다.

통합당의 충격은 103이라는 숫자로 나타난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의 보수 유권자가 총결집한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데 대한 위기감이 통합당을 휘감고 있다. 해방 이후 보수가 독점해 온 주류 권력을 진보 진영에 넘겨 주는 신호탄 아니냐는 위기감도 감돈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는 그야말로 똘똘 뭉쳤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전국 투표율(평균 66.2%)을 견인한 건 영남 지역의 투표 열기였다. 울산(68.6%)이 17개 권역 중 1위였고, 경남(67.8%), 부산(67.7%), 대구(67.0%), 경북(66.4%) 등 통합당 텃밭 지역의 투표율이 모두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 유권자들도 투표장에 쏟아져 나왔다. 4년 전 20대 총선 때 대구 투표율은 54.8%로 전국 최하위였다.

보수의 높은 투표율은 통합당의 영남 지역 싹쓸이로 이어졌다. 통합당은 부산ㆍ울산ㆍ경남(PK) 지역 40석 중 33석(무소속 김태호 당선자 포함)을 획득했다. 4년 전 총선 때보다 4석을 더 지킨 결과다. 대구ㆍ경북에선 홍준표 무소속 당선자가 나온 대구 수성을을 포함해 25석을 사실상 석권했다. 통합당은 121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16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모든 지역에서 30% 이상 득표했다. 세월호 유족 비하 망언의 당사자인 차명진 통합당 후보까지 경기 부천병에서 32.5%를 얻었다. 미래한국당의 정당투표 득표율은 33.84%로, 정당 중 1위였다. 35% 안팎에 달한다는 보수가 전부 투표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통합당은 보수의 결집을 총선 승리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도 불구하고 17대 총선에서 121석(299석 중)을 얻어 선방했다. 탄핵 같은 대형 악재가 없었음에도 이번 총선에서 더 저조한 성적을 낸 것은 보수 진영에 치명적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권 4년 차에 실시돼 통합당이 ‘정권 심판론’을 깔고 시작했다. 유권자들이 역대 총선에서 거의 예외 없이 국회에 ‘견제와 균형’을 명령한 것도 통합당의 호재로 꼽혔다. 그러나 민심은 이번엔 통합당에 ‘견제 권력’마저 충분히 허락하지 않았다.

통합당의 결정적 패인은 중도,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를 이탈한 ‘스윙 보수’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탄핵 이후 쇄신에 게을렀고, 수권 세력으로서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탓이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6일 “진영 논리가 지배한 이번 총선에서 승리의 관건은 부동층을 얼마나 끌어 오느냐였는데, 통합당은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무조건 정부 비판만 했다”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과거 ‘보수적 중도’ 성향을 띠었던 중도층이 최근에는 ‘진보적 중도’로 이념 지형이 바뀐 결과가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통합당에 우호적인 60대 이상 유권자가 이번 총선에서 역대 처음으로 1,200만명을 넘겼는데도 패배했다는 것도 통합당이 고민하는 대목이다.<정승임·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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