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여권 격앙 “전례없어”
내년 2월 불체포특권 사라져
미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
브라질 대선 패배 후 법원의 출국 금지 명령을 어기고 미국으로 도피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둘러싸고 브라질 정계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대선 패배 후 3일도 지나지 않아 사법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아르헨티나, 에콰도르를 거쳐 야반도주하듯 빠져나간 사건에 여권은 물론, 야당마저 큰 당혹감과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보우소나루를 미국이 품어주는 양상으로 전개됨에 따라 향후 미국과 브라질 간의 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우소나루의 이번 미국행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자금 세탁 및 부패 수사와 관련해 보우소나루가 소지한 여권을 취소하고 출국 금지 조처를 내렸지만, 그는 이탈리아 여권을 소지한 채 육로로 브라질-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었다. 아르헨티나 이민국 기록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27일(현지시간) 밤 미시오네스주의 국경 다리를 건넜다. 이후 아르헨티나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에콰도르 과야킬을 경유, 마이애미에 28일 오전 도착했다. 소속 정당인 자유당(PL) 지도부와 측근들조차 그의 출국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의 돌출 행동으로 야당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렸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을 압도하는 막강한 의석을 확보하며 원내 주요 세력으로 부상한 자유당(PL) 등 야당은 대선 주자의 돌발 행동과 도피성 출국으로 인해 정국 초반부터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당장 대통령 당선인부터 포문을 열었다. 통산 4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보우소나루의 출국을 겨냥해 “방금 선거에서 진 시민이 자기 나라를 두고 도망칠 때 그의 양심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묻고 싶다”며 “비밀리에 이 나라를 떠난 시민은 뭔가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 틀림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미국과의 외교 마찰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와 그의 가족에게 비자를 발급해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반면, 브라질 정부는 이를 자국 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중대 범죄자에 대한 부당한 비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이 위기에 몰린 보우소나루를 품어주는 형국이 연출되면서 향후 브라질-미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브라질 정부는 보우소나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미국 측에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