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식시장 ‘잃어버린 10년’ 겪을 수도”

971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레이 달리오 회장.[연합]

“공급망 재편, 반글로벌화로 기업부담 커져”
“미중 갈등으로 주식 하방 압력 커져”
버핏과 로빈후드 대결 승자 판단 일러
개인투자자들 눈물 흘릴 것이라는 전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사회 곳곳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주식 시장에 미친 여파도 아주 크다. 우선 전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연초 2,000포인트를 넘었던 코스피 지수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3월 19일 1,457.64포인트까지 내려앉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 이다. 개인투자자들이 폭락장을 기회로 여기고 주식 시장에 대거 뛰어든 것이다. 해외 주식 투자도 크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외화 주식 결제 금액은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워 왔는데 올해는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작년 기록을 뛰어넘었다. 특히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 증시, ‘잃어버린 10년’ 겪을 수도
하지만 최근 미국 현지에서는 주식 시장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레이 달리오가 이끄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실적이 둔화되면서 “미국 주식 시장이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리지워터는 “지난 수십년 동안 선진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가장 큰 원동력인 세계화(Globalization)가 이미 정점을 찍었다”며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로 다국적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의 삼성전자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브리지워터는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회복되더라도 일부 기업은 문을 닫고 주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회장은 지난 4월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크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미국 증시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3월 중순 이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보다 중국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약 15%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투자자들이 정치 환경보다 기업의 성장 전망에 더 초점을 맞추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지만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중 관계는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트윗을 통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다양한 조건에서 정책적 선택지로 확실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버핏 vs 로빈후드, 최후의 승자는
한국의 동학개미운동과 마찬가지로 최근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증시가 폭락하자 모바일 무료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 를 이용한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증가했고, ‘로빈후드 투자자’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참고로 로빈후드는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식·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로 최근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계좌수가 급증했다. 로빈후드 계좌수는 작년 말 1,000만개 수준에서 최근 1,300만개로 증가했고, 계좌를 소유한 이들의 평균 연령은 31세로 낮은 편이다. 특히 이들은 최근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코로나19 이후 항공주를 대거 투매했는데 이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항공주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물 간 버핏이 큰 실수를 했고, 개인투자자들이 버핏을 이겼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개인투자자들이 버핏을 이겼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최근 미 증시 과열에 대한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33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패밀리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리언 쿠퍼만은 최근 CNBC의 ‘하프 타임 리포트’에 출연해 개인투자자들이 로빈후드를 이용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에 대해 “그들은 그저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내 생각에는 이것이 눈물로 끝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