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번호까지 FBI로 조작, 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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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핑’ 피해 속출

FBI 홈페이지에 나온

대표번화와 똑같아 속아

돈 요구는 모두 사기 명심

전화사기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IRS를 사칭하거나 단순히 FBI 요원을 사칭하는데 그치지 않고 발신번호까지 교묘히 조작하는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발신번호를 경찰이나 FBI의 대표번호로 조작하는 소위 ‘스푸핑’(Spoofing) 전화사기에 속아 피해를 입는 한인들이 속출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인 김모씨는 지난주 FBI 수사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한 남성으로부터 김씨의 소셜시큐리티 번호(SSN)가 도용당해 마약 등 각종범죄에 악용됐다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김씨의 SSN과 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씨가 확인을 거부하자 셀폰에 찍힌 자신의 발신번호와 FBI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표번호를 확인해보라며 자신은 FBI 수사관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 남성은 전화를 끊은 뒤 FBI 대표번호로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은행계좌가 도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씨의 은행 계좌로 타겟 기프트 카드 1,000달러를 결제할 것과 계좌 번호를 요청한 것.

김씨는 “시키는 대로 하는 과정에서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어 전화를 끊고 확인을 해보니 이미 기프트 카드에 있는 금액이 모두 빠져 나갔더라”며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금전적 사기보다 SSN과 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려준 것이다”고 걱정했다.

김씨의 셀폰에 찍힌 이 전화 사기범의 발신전화는 FBI의 대표 전화번호와 일치했지만, 사실은 발신번호를 조작한 ‘스푸핑’ 사기였던 것.

최근 한인 사회를 비롯해 미 전역을 뒤흔든 미군장교 사칭 ‘로맨스 스캠’에 이어 IRS와 FBI 등 정부기관 수사담당관을 사칭하는 전문 사기단의 ‘스푸핑’ 피해 사례가 한인 커뮤니티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일단 정부 수사관을 사칭할 경우 의심이 가는 것은 맞지만 발신번호가 해당 기관의 대표번호와 일치할 경우 무조건 통화를 거절할 수 없어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피해를 당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정말 FBI 대표 전화번호 사칭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발신자 번호 조작이 이렇게 쉽게 된다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FBI LA 지부는 이와 관련한 피해 사례가 계속 늘고 있어 지난 15일 ‘콜러ID’(Caller ID)에 FBI 대표전화가 뜨게 할 정도로 정교한 수법의 사기 전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스푸핑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FBI LA지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FBI나 정부기관은 민간인에게 전화를 걸어 먼저 돈을 요구하거나 체포위협을 하지 않는다”며 피해를 입었을 경우 온라인(www.ic3.gov)으로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또 개인정보을 알려주거나 송금하기 전 전화를 끊은 뒤 해당기관의 다른 담당자 등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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