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먹기도 부담되네”… 육류가격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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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고기 8~9달러대까지…팬데믹 전에 비해 3~4배

▶ 사육장 강화 주법 등 여파, 쇠고기·닭고기 등 육류도

미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마음껏 고기를 먹을 수 있던 시대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도매 삼겹살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이는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삼겹살을 포함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전반적인 육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씨는 요즘 마켓에 들러 삼겹살을 구매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팬데믹 이전만 해도 파운드 당 2달러 대에 구매 가능했던 삼겹살이 팬데믹을 지나며 파운드당 5~6달러로 오르더니 이제는 파운드당 8~9달러 대까지 오른 것이다. 김씨는 몸 쓰는 일을 하는 남편이 퇴근 후에 삼겹살을 구워 소주를 마시는 것이 가장 큰 낙인 것을 알고 있어 오늘도 할 수 없이 삼겹살 3팩을 카트에 담으며 생각했다. “예전 갈비 값이네!!”

한인들의 ‘영원한 사랑’ 삼겹살 가격이 심상치 않다. 지난주 CNBC가 보도한 팩트셋의 데이터에 따르면 삼겹살 도매가격은 올 1월 파운드당 1.32달러에서 7월말 2.71달러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돼지고기 가격의 급등이 7월 1일부터 시행된 캘리포니아의 동물 복지 규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새 규정에 다라 최소 24스퀘어피트 사육공간에서 돈육용 돼지를 키워야 하며 이보다 좁은 공간에서 사육된 돼지고기는 판매가 금지된다는 요지의 이 법안은 새크라멘토 카운티 상급법원에서 올해 7월 1일 발효했지만 돼지고기 산업체들의 반발로 임시 구제기간을 정하여 2024년 1월 1일까지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돼지고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이 완전히 발효되기 전 돼지고기 재고를 쌓아두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가주 돼지고기 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가격이 오른 것은 삼겹살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저렴하게 돼지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코스코 비즈니스 센터의 돼지고기 가격을 살펴보면 파운드 당 1.19달러에 구입 가능했던 어깨살이 현재 2.29달러까지 상승했고 등갈비의 경우도 파운드당 3달러가 넘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상승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육류뿐만이 아니고 모든 물가가 오를 데로 올라 있는 현 상황에서 소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돼지고기 값 상승은 서민들의 식비 부담에 무게를 더했다. 사이프레스에 거주하는 주부 조모씨는 “가계에 부담이 돼 육류 구입을 줄이려고 하고는 있지만 고기 없으면 밥을 안 먹는 아들 둘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고기 값 상승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기값 상승은 장바구니 물가 뿐 아니라 외식비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삼겹살 도매가격 상승으로 베이컨 가격이 상승하면 베이컨이 들어가는 햄버거, 샌드위치 등의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인 식당에서 쇠고기 육류 가격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꽃살이나 생갈비구이 등 고급 부위의 1인당 가격은 50~90달러를 호가한다. 고기 한점 가격이 5달러에 달한다.

한인타운에 위치한 한 마켓의 관계자는 “생 돼지고기의 경우 아직은 수급에 문제가 없지만 베이컨은 가격도 많이 올랐고 또 발주를 넣어도 물건이 아예 들어오지 않고 있다. 육류가격은 몇 년 전부터 계속 상승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큰 폭의 상승이 예상 된다”고 내다봤다.

다이다몬드 바에 거주하는 강씨는 고기값 상승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기값 싸기로 유명한 곳이 미국이었는데 먹거리 풍족했던 미국은 이제 옛말”이라고 답하며 “동물들의 복지도 좋지만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복지도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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