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경찰노조위원장, 시카고시장 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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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심의 착수하자 경찰직 자진사퇴···노조위원장직은 유지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 반기를 들고 맞서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시카고 경찰노조위원장이 ‘경찰직 사퇴’를 전격 선언하고 시카고 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16일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존 카탄자라(53) 경찰노조위원장은 이날 시카고 경찰청(CPD) 인사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경찰노조위원장으로 남아 정의에 역행하는 로리 라이트풋 시장에 항거하겠다. 시카고를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기 위해 2023년 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이번 발표는 시카고 경찰위원회가 카탄자라 위원장의 경찰직 박탈 심의에 착수한 지 단 하루 만에 나왔다.

경찰위는 카탄자라 위원장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페이스북에 올린 정치적 발언과 CPD 관련 주장 18건이 시카고 경찰 내규 11개 조항에 위배된다며 징계 심의에 착수했다.

심의에 출석한 데이비드 브라운 경찰청장은 “카탄자라 위원장의 게시물들이 거칠고 선동적일 뿐 아니라 시카고 경찰 조직을 온당하게 투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심을 끌기 위해 경찰 수뇌부와 조직을 비웃음거리로 전락시켰다”고 진술했다.

카탄자라 위원장은 증언대에서 해당 소셜미디어 계정은 경찰노조위원장이 되기 전에 개설한 개인 계정이고, 문제가 된 포스팅도 노조위원장이 되기 수년 전에 올린 것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내 말이 공격적으로 들렸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게 해고 사유라면 라이트풋 시장이 먼저 해고되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는 ‘내부 고발자’를 자처하면서 라이트풋 시장과 경찰 당국이 백신 의무화 조치를 비롯한 당국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그를 막기 위해 해고 방안을 모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징계위가 내게 어떤 결정을 내릴지 뻔히 보인다”면서 “라이트풋 시장에게 나를 해고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자진해서 경찰 제복을 벗는다. 시장과 경찰청장의 위선에 맞서 싸우기 위해 경찰 경력을 27년 만에 조기 마감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카탄자라 위원장은 “평생 민주당원으로 살았다. 그러나 내가 알던 민주당은 오래전에 사라졌다”며 “민주당의 기본 가치를 잃고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급진적이고 부조리한 집단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하며 직답을 피했다.

시카고 WGN방송은 카탄자라 위원장이 경찰 제복을 벗더라도 경찰노조위원장직은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며 “노동조합법에 따라 전 조합원도 해고되지 않는 한, 노조 지도부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 경찰청은 뉴욕시 경찰청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큰 경찰 조직이다.

1995년 시카고 경찰에 임용된 카탄자라는 지난해 노조위원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55%의 지지율을 얻어 1만7천여 경찰노조원을 대표하는 위원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3년이다.

카탄자라 위원장은 라이트풋 시장이 지난 8월 경찰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며 경찰 노조원들에게 “당국의 백신 의무화 시행 절차에 따르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는 “시 정부나 경찰 당국 모두 백신 의무화 조치를 내리기 전에 노조 측과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았다.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시장과 경찰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라이트풋 시장은 “카탄자라 위원장이 경찰관들의 불법 태업과 파업을 부추겨 시카고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경찰 파업은 불법”이라며 맞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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