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조제 관련 오류 ‘수백만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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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부족·과중 업무 이유

지난 2019년 샤리 쇼는 사우스 LA에 위치한 CVS 내 약국에서 처방 받은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구입했다. 하지만 쇼가 해당 약을 복용한 지 6일 후, 쇼는 집에 찾아온 CVS 직원에게 처방받은 약이 고혈압 치료제였다는 사실을 들었다. 쇼는 충격을 받고 해당 약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주 전역의 유명 약국 체인에서 약사들이 환자에게 조제 관련 실수를 하는 경우가 연간 수백만 건이나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규제는 마련돼 있지 않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5일 LA타임스가 위와 같은 사례를 들어 지적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제약위원회(California State Board of Pharmacy)에 따르면 주 전역 약국에서는 매년 약 500만 건의 조제 관련 실수나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약국들은 조제 시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제약위원회 측에 실수를 보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오류 건수 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대부분의 조제 실수는 CVS, 월그린과 같은 대형 약국 체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한 명의 약사가 근무 시간 동안 수백 건의 처방전을 다루는 동시에 백신 접종, 드라이브스루 약 처방 등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느라 실수를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애드킨스는 “대형 약국 체인들의 부실한 경영이 약사들의 인력 부족, 과중한 업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 시점에서 약국 체인에서 약을 조제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가주 약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약사들의 91%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약사들의 제조 실수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환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샌타클라라에 위치한 한 월그린 약국에서 약사가 실수로 위식도 역류 질환 약인 오메프라졸 대신 강력한 스테로이드인 프리드니손을 주는 바람에 환자가 89일 동안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사건이 발생했다. 프리드니손은 약물을 복용한지 몇 주 안에 골밀도를 감소시켜 골절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실수는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는 약국을 대상으로 조제 관련 실수에 대해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법안(AB 1286)이 발의돼 주 하원을 통과한 상태다. 이 법안에는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약사들이 업무량이 과도하다고 판단할 시 인원을 충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대형 체인 약국을 포함해 소매 약국을 대표하는 로비 단체인 ‘캘리포니아 지역 약국 연합’(California Regional Pharmacy Coalition)은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