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드(THAAD) 체계 배치와 한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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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욱빈 목사(더함교회 담임목사/시카고)

 

이민 1세대의 미련인지 한반도의 소식은 늘 내 생활과 함께한다. 강산이 두 번 정도 바뀌는 시간이면 그 미련이 희미해질 때도 되었건만 오히려 몇 가지는, 특별히 미국과 한반도의 국제관계에 따른 시사는 갈수록 더 분명하고 열정적인 관심을 갖게 된다. 그것도 멀리 떨어진 미국에서 불구경하는 관심이 아니라 “한반도 냉전 종식”이라는 뚜렷한 희망을 가진 관심이다.

미국에 이주하기 얼마 전 1991년 12월에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채택된 ‘남북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의 소식을 읽었던 것을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다. 그 직전의 남북한 유엔가입, 그 직후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같은 화해와 평화의 길을 성큼 성큼 내딛는 희망찬 사건들이 있었으니 비록 지금까지 기본합의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해도 여전히 “한반도 냉전 종식”의 지표로 유효한 희망을 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살고 있는 동포사회에서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의 희망’으로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이었다. 여러 차례 ‘한반도 분단문제’가 화제에 오를 때도 그저 혼자 품는 희망으로 입 밖에 내지 않고 살아왔다. 그것은 ‘이민의 살림살이’가 너무 바쁘고 힘겨워 정말 불구경의 관심 정도로 밖에 볼 수 없는 지친 시간의 커다란 길이에 치인 탓도 있지만 동포사회의 리더로 나서는, 그동안 보아온 한인회의 수많은 간부들이 한국에서 존재한다는 ‘냉전 강경세력’과 거의 똑 같은 시사적 견해를 바탕으로 한 그들의 리더쉽이 절망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 살면서도 ‘한반도분단문제극복’이 동포로서 갖는 희망의 충분한 조건이 되는 것은 민족문제 해결이라는 공적 측면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의 집권세력은 그 당시의 성격에 따라 자신들의 정치권력 유지를 위한 지지 회득이라는 사적 측면에 ‘한반도분단문제’를 이용하는 것에 한인회의 일부 리더들이 한결같이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우려와 의심은 이미 동포사회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현상이다.

이번 주 동포사회에 유통되는 여러 신문들에 ‘시카고한인회’가 ‘사드(THAAD) 체계 배치 결정에 찬성’한다는 광고를 일제히 게재한 것을 보았다. 한국에 주둔한 미군들에 의하여 배치되는 사드 체계의 한국정부의 결정에 관하여 동포사회에 포럼이라도 한인회에서 주관해 준다는 광고였으면, 이 사안에 관한 전문가를 선정하여 동포사회에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동포들의 의견도 수렴하려는 시도라도 보여주었으면 또 다시 이런 실망스런 심정에 못 이겨 글까지 쓸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인회가 광고 게재한 “사드, 대한민국 배치 지지 및 국론 결집 성명서”에서 주장하는 네 가지 사항이 대단히 일방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그 주장의 요인들이 나열되었다는 것은 그것과 다른 다양한 견해에 대하여 조금만 찾는 수고를 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더구나 사드 배치 최적지역으로 발표된 경북 성주군민들은 거의 매일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고 하고 전쟁무기준비에 맞서 더 우월한 전쟁무기준비로 몰아가는 반평화적 결정을 비판하는 견해들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만성적인 전쟁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는 아직도 우리의 부모나 형제자매 또는 친구와 동료들이 살고 있는 땅이며 우리의 정체성의 뿌리를 담고 있는 곳이기에 평화는 반드시 수립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시카고 한인회’가 사드 배치 결정에 관하여 좀 더 사려 깊은 리더쉽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