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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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워싱턴DC 펜실베니아 애비뉴를 가득 메운 채 행진하고 있는 총기규제 요구 시위대 모습<좌>과 같은 날 시카고시 유니온 팍에서 벌어진 총기규제 집회 모습.<우>

24일 미전역 800여곳서 대규모 총기규제 시위

워싱턴DC-80만명, 시카고-8만5천명 등 운집

 

지난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더글라스고교 총격사건 생존학생들이 주도한 총기규제 시위가 24일 시카고를 비롯한 미전역에서 일제히 열렸다.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을 주제로 한 이날 시위에는 초·중·고교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 연예인, 일반시민을 포함한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하는 등 총기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는 큰 염원들이 한 데 모아졌다. 이날 워싱턴DC에는 주최측 추산으로 80여만명이 참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시카고 다운타운 유니온 팍에도 8만5천여명이 쏟아져 나왔다.

워싱턴DC 집회는 이날 정오부터 연방의사당 주변 무대를 중심으로 치러졌다. 엠마 곤잘레스 등 총격 사건 생존학생들을 비롯해 20명의 청소년이 연이어 연단에 올라 총기규제를 호소했다.곤잘레스는 숨진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참사 순간을 생생히 증언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된다”며 17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걸린 6분 20초에 맞춰 연설을 했다.

더글라스고교 합창단은 희생된 친구들을 위해 만든 자작곡 ‘샤인’(shine/빛)을 불렀고, 중간중간 “우리는 더는 참지 않을 것이다”, “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등 구호를 외쳤다. 아리아나 그란데, 마일리 사이러스 등 유명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이후에는 인근 펜실베니아 애비뉴 일대를 행진하며 총기규제 입법을 외쳤다. 학교 총격 참사 현장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공격용 소총 ‘AR-15’ 판매를 금지하고, 총기 구매시 사전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9살짜리 손녀 욜란다 르네 킹이 깜짝 등장해 발언대에 올랐다. 욜란다는 1968년 암살자의 총격에 쓰러진 킹 목사의 50주기를 2주가량 앞둔 이날 할아버지의 1963년 명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인용한 총기규제 지지 발언으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우리 할아버지는 그의 네 자녀가 피부색이 아닌 인품으로 평가받기를 꿈꿨다”며 “나에게도 총기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시위 행렬은 의사당에서 2.5㎞가량 떨어진 백악관 인근까지 이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라라고 리조트로 떠나 부재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인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으로 갔으며, 미전역을 휘감은 이 행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백악관은 성명을 내 “수정헌법 1조(언론·출판·집회의 자유)의 권리를 행사하는 많은 용감한 미국인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신원 조회 강화를 비롯한 총기규제 노력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위는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내 주요 도시 800여개가 동참했다. 뉴욕 행진에는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도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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