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대학졸업 외국인 대상 H-1B 수수료 막히자 우회
▶ 합법 비자 규제강화 일환
▶ 한인 유학생·기업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대학을 졸업한 한인 등 외국인 유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실무연수(OPT)’ 프로그램에 무려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이같은 정책이 실제 시행될 경우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국제학생은 물론, 이들을 채용해 온 미국 기업과 대학들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대학을 졸업한 한인 유학생의 미국 내 취업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고, 한인 기업이나 업체들도 인력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WSJ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국토안보부(DHS)가 OPT 프로그램 이용자에게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백악관 승인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또한 이 비용을 유학생 본인이 부담할지, 아니면 고용주가 부담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OPT는 F-1 학생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유학생이 미국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뒤 별도의 취업비자(H-1B)를 받지 않고도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1년간 취업이 가능하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자는 추가로 2년을 연장할 수 있어 최장 3년 동안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그동안 OPT 기간 동안 졸업생을 채용한 뒤 이후 H-1B 전문직 취업비자로 신분을 전환하는 방식을 폭넓게 활용해 왔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 기업과 월가 금융회사, 연구기관 등은 물론 의료기관과 엔지니어링 회사들도 OPT를 해외 우수 인재 확보의 핵심 통로로 활용해 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H-1B 비자 수수료 10만 달러 인상 정책이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린 이후 나온 대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에서 10만 달러로 100배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지난 6월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이를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지난 24일 보스턴 제1연방항소법원도 정부의 효력정지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행정부가 H-1B 취업비자의 전 단계인 OPT 프로그램으로 규제의 초점을 옮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WSJ은 “새로운 OPT 수수료는 그동안 OPT를 적극 활용해 온 기업들을 더욱 직접적으로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외국인이 미국 유학에 대해 느끼는 매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유학생을 유치해 안정적 수입원을 의존하는 대학은 물론, 기술직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졸업한 유학생을 특히 많이 채용하는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릿의 주요 기업들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조치는 미주 한인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만약 고용주가 OPT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결정될 경우 신규 직원 한 명을 채용하는 데 최대 1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어서 대부분의 한인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반대로 유학생 개인이 부담하도록 할 경우에는 졸업 직후 10만 달러를 마련해야 하는 현실적인 부담 때문에 미국 취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다른 국가를 선택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해외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일부 이민자에게 최대 10만 달러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등 합법 이민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황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