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금 고갈 안 되려면 연 4% 인출 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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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금이 고갈 안 되려면 연 4% 인출을 엄수하는 가운데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로이터]

■ 은퇴자금 고갈 안되게 찾아 쓰는 법
월 생활비 먼저 계산해서 파악 필요
갈수록 의료비 증가 등 염두에 둔다
은퇴저축 주식, 채권에 60대40 투자

은퇴 계획을 세우면서 스스로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일을 그만둘 때 얼마의 돈이 내 수중에 있어야 하나” 이 질문에 대답을 하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매달 얼마의 돈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느냐를 계산해야 한다. 그 다음 은퇴후 들어오는 소셜 연금이나 노후 자금으로 마련해 놓은 은퇴 저축금을 따져 보는 것이다. 소셜 연금이야 고정된 금액으로 평생 받는 수입이므로 마르지 않는 곳간과도 같다. 하지만 모아둔 노후 자금은 다르다. 많이 찾아 쓰면 금방 고갈 될 것이고 적게 찾으면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노후 자금을 가능하면 오래 유지해 둬야 말년에 궁색한 삶을 살지 않는다. 노후 자금을 찾아 쓸 때 흔히들 말하는‘연 4%’ 룰이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4%룰은 노후 자금을 1년에 4%씩만 찾아 쓴다면 평생 오랫동안 자금이 마르지 않고 샘물처럼 노후 생활을 적셔 준다는 것이다. 은퇴 저축금을 주식과 채권에 60대 40 비율로 투자하고 매년 4%씩만 찾아 쓰면 30년 넘게 자금 고갈의 걱정 없이 살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50만 달러의 노후 자금을 가지고 65세에 은퇴 한 사람이 매년 2만 달러(인플레이션 조정치)씩 꺼내 생활한다면 95세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소셜시큐리티 연금과 기타 투자 수입을 더하면 은퇴후 1년에 쓰게 될 예산이 나온다. 그런데 돈이 더 필요하다면 은퇴전에 더 열심히 모아두거나 은퇴후 경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지출 습관 따라 필요 자금 변화

4% 또는 이와 비슷한 비율의 인출은 매우 이상적인 은퇴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많은 온라인 은퇴 자금 계산기들이 적용하는 비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은퇴 지출 비율이 제대로 들어맞을 까. 이렇게 세운 예산으로만 노후를 견뎌 나갈 수 있을 까.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다르다. 외길로만 지출하며 살아가는 고객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지출 습관과 필요한 생활비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많은 지출을 감당하려면 많은 돈을 모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 노 부부는 정말 일을 하기 싫어했다. 남편은 대도시의 치과 의사인데 이들은 2001년 오피스를 팔고 은퇴하려고 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9세였다.

이들 부부는 재정을 계산해 본 결과, 은퇴에 충분한 돈을 모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과감히 은퇴를 했다. 그들은 은퇴 초기에 더 많은 돈을 썼다. 생활비도 더 많이 들었다. 그들의 자녀들을 도와줬고 노부모를 돌보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후 지출은 뚝 떨어진다. 지금 이들 부부는 소도시로 옮겨 그곳에서 검소한 생활을 하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3단계 지출 감소 이론

재정 어드바이저들은 은퇴후에는 지출이 단계적으로 점차 줄어들 게 된다고 설명한다. 은퇴후 지출 감소를 3단계를 구분했다. ▲고-고 단계(Go-Go years) ▲슬로우-고 단계(Slow-Go years) 그리고 ▲노-고 단계(No-Go years)다. 실제 연방 노동통계청의 자료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지출이 줄어든 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 지출 설문조사에 따르면 55~64세 미국 가정의 2017년 지출 중간값은 6만5,000달러다.

그런데 이 지출은 65~74세로 넘어가면 4만2,000달러로 떨어진다. 주거비용은 동일한데 의료비용은 올라간다. 그러나 기타 교통비, 유흥비, 의류비, 식품 및 외식비는 급격히 하락한다.

J.P. 모건 어셋 매니지먼트가 자체 고객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와 같은 경향을 보였다. 지출 하락은 재산을 100만~300만 달러 보유한 고객들에게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 많이 가질수록 지출이 더 크게 하락한다는 말이다.

J.P. 모건 체이스 고객 61만3,000명을 대상으로 ‘집에 머물기 좋아하는 사람’ ‘여행 좋아하는 사람’ ‘의료비 지출이 많은 사람’ ‘음식 좋아하는 사람’으로 구분해 지출 습관을 구분해 봤다. ‘맥린 어셋 매니지먼트’의 은퇴 연구조사는 이를 자신에게 대비해 보면 좋은 비교 대상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앞 3번째 그룹 중 하나에 속한다면 은퇴후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다.

■지출 늘어날 수도 있어

‘건강과 은퇴’에 대한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말년에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의료비 지출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중병에 걸려 양로병원에 입원한다면 지출을 크게 뛸 것이다.

하지만 70대, 80대 의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일을 그만둔 직후 보다는 지출을 덜 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어차피 70대 중반이후 부터는 크루즈 여행도 가기 힘들 것이므로 65세나 70세 전후해서 열심히 다니는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재정전문가들은 충고한다.

■4% 룰 지켜라

모든 재정 어드바이저들이 말년에 지출을 줄이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재정전문가들은 4% 룰을 매우 강조한다. 즉 소셜 연금이나 펜션을 많이 받는다면 은퇴 초기에 노후자금에서 지출을 더 늘려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지출을 늘리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은퇴 초기 지출 증가의 위험성중 하나는 투자 시장의 급격한 하락이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자칫 투자 포트폴리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어 말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켓이 붕괴되는 상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투자금이 줄어드는 것을 가슴조이며 지켜봐야 한다.

위에 소개한 노의사 부부는 매 분기마다 재정 플래너의 조언을 받고 있으며 한해가 끝날 때쯤이면 다음 12개월의 예산을 세운다. 이들 부부는 예전보다 지출을 줄였지만 휴가나 여흥 같은 부분은 더 늘리고 있다. 또한 화려한 여행이 아니라 친구와 가족 등 우리에게 맞는 수준의 지출로 즐거운 여행을 준비한다.<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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