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민 신청이 대규모로 적체되면서 수백만 명이 신분 불확실 상태에 놓이고, 일부는 추방 위험까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공영라디오 NPR 분석에 따르면, 미국 이민국(USCIS)에 계류 중인 이민 신청은 약 1,160만 건에 달한다. 시민권, 영주권, 취업허가, 망명 신청 등 각종 이민 관련 서류가 승인이나 거부 결정 없이 대기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는 이 가운데 약 24만7,974건이 이른바 ‘프런트로그(frontlog)’ 상태로, 접수는 됐지만 실제로는 서류가 개봉되지도 않고 분류도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지연으로 인해 신청자들은 수개월 동안 접수 확인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가 서류를 받았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체류 신분이 불안정해지면서 추방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합법 이민 절차를 늦추고 단속과 추방에 정책 초점을 맞추면서 처리 속도가 의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토안보부는 최근 심사 절차를 강화하며 처리 기간이 길어졌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강화된 신원조회와 도덕성 검증, 소셜미디어 확인, 거주지 방문 조사 등이 도입되면서 심사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설명이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전한다. 일부 신청자는 1년 이상 기다린 끝에 인터뷰 일정이 취소되거나, 서류 제출 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접수 확인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편 접수 비중이 여전히 높은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자 접수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류가 쌓이면서 처리 지연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민 신청 적체는 최근 들어 더욱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온 대기 건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첫해에만 약 200만 건이 추가되며 급격히 늘었다.
전문가들은 신청 적체가 장기화될 경우 신청자들이 합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불법 체류 상태’로 간주될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이민 행정 지연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개인의 법적 지위와 생존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스템 개선과 정책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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