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가진 범죄 피의자들에게 수감 대신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정신건강법원(Mental Health Court)’이 미국 전역에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그 효과와 한계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 언론기관인 일리노이 앤서스 프로젝트(Illinois Answers Project)와 마인드사이트 뉴스(MindSite News)는 최근 정신건강법원의 운영 실태를 심층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팟캐스트를 공개하며 제도의 성과와 문제점을 조명했다.
미국 교정시설에 수감된 사람들은 일반 인구에 비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자들이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신건강법원은 일반 법원 내에서 운영되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특정 범죄 혐의를 받은 정신질환자들에게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조건으로 수감 대신 재활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30년간 미국 40개 주, 약 600개 카운티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지지자들은 정신건강법원이 참가자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재범률을 낮추는 동시에 납세자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법원이 정신건강 치료 영역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제도의 확대 속도에 비해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취재진은 일리노이주 내 31개 정신건강법원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판사, 변호사, 정신건강 전문가, 참가자 등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정신건강법원이 “척박한 정신건강 서비스 환경 속 작은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재정과 접근성 측면에서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건강법원은 재범 가능성을 낮추는 데 일정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일리노이주에서는 6,000명 이상이 정신건강법원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약 절반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공동 취재에 참여한 기자 그레이스 호크는 “모든 참가자가 프로그램을 끝마치는 것은 아니지만, 수천 명이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치료와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정 문제는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일리노이주의 정신건강법원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방정부 예산을 활용해 운영되는데, 향후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 가능성이 커지면서 치료 서비스 제공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호크 기자는 “메디케이드가 더 이상 치료비를 지원하지 못하게 되면 정신건강법원이 참가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도 크게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별 접근성 격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일리노이주 102개 카운티 가운데 정신건강법원이 운영되는 곳은 25개 카운티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약 200만 명의 주민들이 해당 제도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농촌 지역과 저소득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신건강법원이 치료 참여를 사실상 강요하는 구조라고 비판한다. 참가자들이 치료 프로그램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수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치료 기관에 연결하기 위해 오히려 체포를 선택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년 이상 정신건강법원을 연구해 온 법정정신의학 전문의 데브라 피널스 박사는 “정신건강법원은 매우 복잡한 제도”라며 “법원을 치료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원래 법원은 치료를 위해 설계된 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법원이 일정 부분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 확대와 예방 중심 정책이 병행돼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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