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면 기다리지 말고 지금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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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구입 최적기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고용 유지 여부와 재정 능력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로이터]

초저금리로 실수요 부동산 시장 화끈
매물 부족 등으로 가격 계속 상승 전망

미국 이민 10년차에 접어든 한인 K모씨는 아파트 렌트 생활을 접고 자신의 집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K씨는 오르는 주택 가격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어들 사이에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높은 가격을 부르는 바이어들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K씨는 “주택 가격이 내리기를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맘에 들면 사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난 7월 기존주택판매가 사상 최대 폭으로 증가하면서 주택 구매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많은 주택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의 최적기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지면서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극심한 매물 부족으로 구매자 사이에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 탓에 형성된 높은 주택 가격이 구매 시기를 놓고 고심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지난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기존 주택 판매(계절조정치)가 전월보다 24.7% 급등한 586만 채로 집계됐다. 7월 증가율은 NAR가 1968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지난 6월 세워진 종전 기록(20.7%)을 한 달만에 곧바로 갈아치웠다.

주택 가격의 상승세는 지속했다. 7월 기존 주택 중간 판매 가격은 지난해 7월 대비 8.5% 상승한 30만4,100달러를 나타냈다. 기존 주택의 중간 판매 가격이 30만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6월 연속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은 판매를 기록했지만, 증가세로 전환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고당도(sugar high) 효과까지 나타날 정도로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하지만 상당수에 달하는 주택 수요자들은 주택 구입의 최적기를 결정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 모기지업체 패니메이(Fannie Mae)의 ‘7월 주택 구입 동향 지수’(Home Purchase Sentiment Index)에 따르면 주택 구입 시기로 적절하다는 답변은 전달 약 61%에서 약 53%로 급감했고 반대로 주택 구입 시기로 부적절하다는 답변은 약 27%에서 약 38%로 높아졌다.

주택 구입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진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의한 영향도 있지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주택 가격이 주요 원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만을 놓고 보면 지금이 주택 구입의 적기이기는 하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 재고의 부족 현상이 주택 구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떨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주택 매물이 늘어나고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날 정도면 심각한 경기 침체로 보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실수요자라면 자신의 고용 상황과 재정 능력을 감안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규모의 매물이 있다면 지금이 주택 구매의 적기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의 호황 현상은 경제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증가하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주택 수요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고 말했다.<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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