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다보니 관장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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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2세 앤드류 김 글렌코 도서관장

 

시카고 북부 서버브 부촌인 글렌코에 1909년 문을 연 글렌코도서관(320 Park Ave.) 관장이 한인 2세라는 사실을 아는 시카고 한인들은 드물다. 앤드류 김(44, 한국명 김형중, 사진)씨는 2016년 3월 도서관장에 부임해 벌써 2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는 2007년부터 서버브의 도서관에서 책 대여 카운터 직원부터 시작해 40대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도서관장까지 올랐다. 42명의 직원들과 7명의 도서관 이사진과 함께 일하는 김 관장은 스스로를 ‘행복한 사람’이자 ‘행운아’라고 말한다. 김 관장이 이끄는 글렌코 도서관은 규모는 작지만 연간 230만 달러의 예산으로 잘 조직돼 운영되고 있는 성공적인 도서관 중 하나다. 아쉽게도 한인 인구 및 수요가 적어 한국어 도서는 구비하고 있지 않다. 다음은 앤드류 김 도서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언제부터, 어떻게 관장이 됐나

-2016년 3월부터 글렌코 도서관장으로 부임했다. 사실 어릴 때부터 단 한번도 도서관장을 꿈꾼 적이 없는 그저 책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대학 졸업후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골프의류, 스타벅스, 레스토랑 등 여러 직장을 전전하며 살았다. 어느날 아내가 ‘당신이 정말 사랑하고 좋아할 만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곰곰히 생각하다가 그것이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007년 글렌뷰 도서관 대여 카운터 직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일하면서 도미니칸대학원에서 도서관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2009년에는 노스브룩 도서관으로 옮겨 일하다 5년후 부관장으로 승진했고 글렌코 도서관장 자리가 공석이 나자 관심있게 지켜보던 도서관이었기에 지원했다. 도서관장 자리는 임기가 따로 정해져있지 않고 계약도 없다. 1년 단위로 평가를 받으면서 내가 잘하면 평생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떠나야하는 자리다.

▲도서관장으로서 하는 일과 포부는

-매일 도서관 정책, 경제, 빌딩 유지보수, 직원 교육 및 관리, 커뮤니티 리치 아웃, 프로젝트 관리 등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도서관장은 책을 사고 관리하고, 대외적인 업무만 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도서관이 운영되는 모든 것을 책임진다. 또한 7명의 도서관 이사와 직원들 사이의 소통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한다. 현재는 2019~2021 프로젝트를 계획중인데 글렌코 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청사진이어서 기대가 크다. 직원, 이사진, 커뮤니티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글렌코 도서관이 한층 더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나는 부모님을 통해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일하는 도서관장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내 가족과 아이들에게 잘하고 싶다. 또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코리안 아메리칸이 겪는 정체성 문제를 겪어오면서 한국과 나 사이의 연관성이 흐려진다고 느꼈지만 문화나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시카고에서의 성장과정은 어땠나

-시카고에서 태어나 몰튼 그로브에서 자랐다. 여동생이 한명 있다. 1960년대 말 시카고로 이민을 오신 부모님(김용복-김은숙)은 블루칼라였고 하루에 10~12시간씩 6일 내내 일하셨다. 부모님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게 참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한인교회에 다니시던 부모님을 따라 나도 오랫동안 다녔지만, 대학 진학 이후부터는 한인커뮤니티와 점점 멀어졌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중·고등학교때 선생님들 덕분에 책과 신문을 가장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일리노이대(어바나-샴페인)에서 영어를 공부했다. 2007년 아내(미셸 김)와 결혼해 2남 1녀를 두고 있다.

▲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주길 바란다. 많은 한인 부모들은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만 좋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코리안 아메리칸이 주류사회와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것이다. 성공은 돈에 관련된 것이 아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졌을 때 행복한 사람인가, 삶에 만족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맥도날드에서 일하기를 좋아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인정해주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은 부모이자 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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