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현장의 숨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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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엘패소의 한 헌혈센터 앞에 줄을 선 주민들.[트위터]

월마트 직원·군인 샤핑객 아이들 대피시켜

현혈 요청에 지원자 쇄도

텍사스주의 국경도시 앨패소 중심가의 월마트와 시엘로 비스타 몰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때 직원과 군인 샤핑객이 주변을 이끌고 대피해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월마트 직원인 레슬리는 3일 오전 총격이 시작됐을 때, 셀프 계산대 근처에서 일하고 있다가 ‘상자가 쿵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고 현지 방송 KTSM에 전했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이서 들려오자 레슬리는 곧바로 주변 사람들을 이끌고 대피했다. 레슬리는 “대피시킬 수 있는 모두를 데리고 나왔다. 부모와 떨어진 어린 소녀도 발견해 함께 도망쳤다.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데리고 나오려 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샤핑객 중에서도 ‘영웅’은 있었다. 자신을 군인이라고 소개한 글렌든 오클리는 총격 당시 스포츠용품 매장에서 샤핑하던 중 갑자기 한 아이가 달려왔다고 했다. 아이는 “월마트에 총격범이 있다”고 말했다고 그는 NBC방송에 전했다. 그는 처음엔 아이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잠시 뒤 인근 신발가게로 걸음을 옮기는 찰나 총성이 들려왔다. 총기 면허를 소지한 그는 일단 총을 꺼내 들고 주차장으로 달려 나갔다. 주변에 부모와 떨어져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토요일인 이날은 다음 주 새 학기 개시를 앞두고 학용품 등을 사러 온 학생들로 붐비던 상황이었다. 오클리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데리고 대피하려 했지만 일부 아이들은 너무 불안해한 나머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아이들이 너무 걱정됐다”며 “스스로에 대해서는 걱정도 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총격 사건 후 앨패소 경찰은 긴급히 헌혈이 필요하다고 공지한 가운데, 주민들은 부상자들에게 혈액을 제공하기 위해 길게는 몇 시간씩이나 줄을 늘어섰다. 한 헌혈센터에서 대기 중이던 프랜시스 예페즈는 헌혈을 하려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줄이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그는 센터가 수용 가능한 헌혈 인원을 넘어서서 이날은 추가 신청을 받지 않지만, 이미 내일 헌혈을 하러 등록하는 줄이 또 생겨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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