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만 할퀸 코로나···‘K자형’ 양극화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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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저소득층과 유색인종을 더 심하게 타격했다. 최근 LA에서 열린 푸드뱅크 음식배포 행사.[로이터]

고학력 화이트칼라 회복 빠른데
저임금 유색인종 취업자 큰 감소
초저금리 대출로 부동산은 활황
WSJ “고소득층엔 악영향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가 양극화를 나타내는 ‘K자형 회복’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이트칼라와 대졸 이상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빠른 반면 블루칼라 근로자들은 회복 속도가 더디다.

WSJ에 따르면 미국 내 교육 및 임금 수준, 인종 등에 따라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고학력의 소득이 높은 근로자들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모습이지만 가방 끈이 짧은 저임금 근로자들은 수년에 걸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분석 업체 에버코어ISI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시간당 임금이 16달러(약 1만8,000원) 미만인 저임금 근로자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월 대비 26.9%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4월에 46.6%까지 줄어든 후 일자리가 차츰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실업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반면 시간당 임금이 28달러(약 3만2,000원) 이상인 화이트칼라 직장인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오히려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트칼라 직장인 수는 코로나19의 충격이 가장 극심했던 4월에도 12.6% 감소에 그쳤다.

교육수준에 따라서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에 차이가 발생했다. 미 노동부가 2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월 현재 고교중퇴 이하 취업자는 2월에 비해 18.3% 줄었다. 같은 기간 고졸학력 취업자도 11.7% 감소했다. 그러나 대졸 이상 취업자 수는 2월보다 0.6% 줄어드는 데 그쳐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거의 극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흑인과 히스패닉의 취업자 감소가 백인에 비해 두드러졌고 남성보다는 여성의 취업자 감소율이 컸다. 20세 이상 미국 성인의 9월 현재 취업자 감소율을 인종별로 구분했을 때 백인 남성은 5.4%였지만 히스패닉 여성은 12.9%에 달했다.

WSJ는 고소득층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도 자산에 별다른 부정적 영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초반의 급락을 모두 회복했고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활발한 분위기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8월 평균 주택 가격은 전년도와 비교해 11.4%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초저금리 기조도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백인 가구의 76%가 집을 가진 데 비해 집을 소유한 흑인 가구는 47%에 그쳐 인종에 따라 초저금리의 혜택을 받는 비율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첫 대선 TV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 기간에 돈을 더 벌었다”며 K자형 경제회복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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