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승리의 깃발(Lord Is My B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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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목사(선한이웃교회 담임/미 육군 군목)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제목의 책은 90년대들어 한참 세계화에 관심을 갖던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에 도전을 주었습니다. 이 책은 사업가 김우중의 자서전적 이야기입니다. 아무것도 없다시피한 형편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세계적인 기업 ”대우“를 만들었던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그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비록 그의 말년은 한국이 겪었던 IMF 외환위기이후 해체되어진 대우와 함께 쓸쓸히 역사속에 사라진 인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 잊혀질 수 없는 한 인물였기에 그의 죽음의 소식이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성장기는 다섯남매를 홀로 키우신 강인한 어머니의 영향이 지대하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자립정신과 신앙을 강조한 어머니의 자녀교육은 모든 자녀들을 훌륭한 인물들로 키우게 됩니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진자였던 어머니게서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하루에 네차례씩 기도하고 찬송하던 모습을 잊지못합니다.“ 그의 어머니의 묘비엔 평생 소중하게 부르시던 찬송가 343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있으랴.“의 찬송시를 새겨 묘비를 세워놓았습니다. 그것은 묘비에 새겨진 가사처럼, 험난한 인생을 살며 자식들을 키워온 어머니의 신앙고백이 담긴 찬송가였던 것입니다. 고난과 도전의 시대를 살며서도 어머니의 가슴속 깊이 간직된 아름다운 노래가 있었음을 아들 김우중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성경에도 험난한 인생길을 걸으면서도 감사의 찬송을 가슴에 품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출애굽기엔 430년간 애굽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약속의 땅을 향해 광야길에 걷던 이스라엘 민족의 대이동을 성경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먹을 것과 마실 물도 없는, 누울 곳과 피할 곳도 없는 광야의 험난한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 이 곳 광야에서 아말랙족속의 침략을 받고 전쟁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쳐들어온 적들의 공격에 맞서, 모세는 여호수아를 보내어 이스라엘 병사들 지휘하도록 임명합니다. 그리고 그는 아론과 홀을 데리고 산에 올라 전쟁에 싸우는 백성들을 위해 간곡히 기도합니다. 산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쟁만큼이나, 산상에서 이들을 위해 힘을 다해 기도하는 모세의 모습을 성경은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세가 두 손을 높이 들어 하늘을 향해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 승리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가 지쳐서 힘없이 손을 내릴 때에는 전세는 역전되어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기도하던 아혼과 홀은 아예 모세의 손이 내려지지 않도록 그의 양팔을 좌우에서 바치면서 해가지도록 모세의 기도를 도왔습니다. 마침내 전쟁은 승리로 마쳤고, 하나님은 이같은 승리의 역사를 기록에 남겨 여호수아와 후손들이 영원히 잊지않도록 명하십니다. 이 장엄한 전쟁의 승리에 감동된 모세는 자신이 기도하며 단을 쌓았던 곳을 기념하여 “하나님의 깃발” (Lord is my Banner)이라고 그곳을 명명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영원히 기억해야할 교훈은 바로 하나님은 험난한 인생길에 승리의 깃발이 되어주신다는 사실였습니다.

삶이 험난하고 가난하다하여 그 인생에 노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힘없고 연약하다하여 흔들어야할 깃발이 없는 것도아닙니다. 북한의 지하교회 교인이 목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이불을 덮어쓰고 그 속에서 간절히 기도하며 찬송하는 모습의 영상을 얼마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예수를 믿는 다는 것만으로도 범죄자가 되는 환난과 핍박속에서도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있으랴!” 그의 입술에 찬양의 노래가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영혼의 노래요, 인생의 승리의 깃발인 것입니다. “세상은 널고 할 일은 많다”며 한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왔던 한 기업가의 삶의 배후엔 모세처럼 두 손을 높이 들고 기도하던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스스로의 힘과 재주로 인생의 수많은 전쟁을 치르는 것같았지만, 삶이란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속에 있음을 기도하는 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험난한 인생길에 우리가 붙들고 서야할 승리의 깃발은 주님입니다.(servant.s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