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본색 드러나나···유혈폭력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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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잘라바드시에서 대형국기를 들고 반 탈레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탈레반은 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부르카 미착용 여성 사살·시위대엔 총격
‘핑크빛 약속’ 하더니···반대파 지도자 석상도 훼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은 탈레반이 인권 존중과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 구성을 천명했음에도 이슬람 복식을 따르지 않은 여성을 사살하고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는 등 잔혹 행위가 잇따랐다.

수도 카불 입성 이후 내걸었던 ‘핑크빛 약속’과 달리 곧바로 유혈 폭력이 이어지면서 다시 탈레반 공포가 확산하는 형국이다.

18일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재집권 후 계속해서 과거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과 달라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꼭 착용할 필요가 없으며, 과거의 일로 복수하지 않겠다고 탈레반 지도부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현장의 탈레반 대원들은 온건한 메시지를 따르지 않았다.

폭스뉴스는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전날 찍혔다며 한 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져 있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폭스뉴스는 이 여성이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도시에서도 탈레반이 부르카로 몸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료품을 사러 나온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주도 잘랄라바드에서는 탈레반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시위대는 대형 국기 등을 들고 원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최근 아프간 장악 후 기존 정부의 국기를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로 교체하고 있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 발포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중부 바미안주에서는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이 탈레반에 의해 부서졌다.

마자리는 1990년대 중반 당시 한창 세력을 확장하던 탈레반에 맞서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후 그를 기리는 동상이 고향에 세워졌지만, 탈레반이 이를 부순 것이다.

한 주민은 “누가 석상의 목을 자르고, 폭파시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곳에는 잔혹함으로 유명한 탈레반 여러 무리가 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SNS에서는 탈레반 대원들이 시민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동영상 등도 퍼졌다.

이처럼, 아프간 곳곳에서 탈레반 대원들의 폭력적인 모습이 전해짐에 따라 시민들의 공포와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탈레반의 온건한 메시지에 반신반의하던 시민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일한 이들과 언론인, 인권·사회단체 활동가 등은 탈레반이 꼬투리를 잡아 보복할까 봐 과거 SNS에 올렸던 게시물 등 ‘디지털 기록’을 삭제하고 생체인식을 피하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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