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방문 기피·복지혜택 신청 포기 확산
▶ 이민자 40% “건강악화 경험”… 불안 고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단속 정책을 대폭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 내 이민자들이 의료 서비스 이용과 주거 안정, 생계 유지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합법 체류자와 시민권 취득 이민자들까지도 단속 확대의 여파로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거나 각종 공공 지원 프로그램 이용을 포기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이민 정책 강화가 단순히 국경 통제나 추방 문제를 넘어 의료, 주거, 복지 등 미국 내 수백만 이민자 가정의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31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다양한 이민 신분 소지자들에 대한 단속과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하면서 광범위한 ‘위축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 서비스다. 카이저패밀리재단(KFF)과 뉴욕타임스가 공동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민자 성인 40%가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이후 이민 관련 불안으로 인해 건강상 부정적 영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불안과 스트레스 증가, 수면장애, 식욕 변화,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존 질환 악화 등을 호소했다. 특히 서류미비 이민자의 경우 그 비율이 77%에 달했다.
조사에서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 역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법 체류 이민자의 47%, 귀화 시민권자의 29%도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민자 부모 가운데 약 18%는 자녀들 역시 수면장애, 학교 성적 저하, 행동 문제 등 정서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방문을 기피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조사 결과 이민자들의 절반 이상은 병원이나 의료기관이 자신들의 신분 정보를 연방 이민당국과 공유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서류미비 이민자의 경우 그 비율은 78%에 달했다. 이러한 불안은 의료 서비스 접근 자체를 막고 있으며, 예방 진료나 정기 검진, 만성질환 관리까지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지난해 연방 정부가 일부 비시민권자 메디케이드 가입자 정보를 국토안보부(DHS)에 제공하려 했던 조치 이후 더욱 커졌다. 비록 일부 주에서는 법원 명령으로 정보 공유가 제한됐지만, 이민자 사회에서는 개인정보가 이민 단속에 활용될 수 있다는 불신이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부담도 심화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이민자 성인의 36%가 지난 1년 동안 의료비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는 2023년의 20%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의료비뿐 아니라 식료품비와 주거비 부담도 동시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문제 역시 이민자 가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전국적인 주택난과 임대료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소득층 이민자들은 임대 지원 프로그램 이용을 꺼리거나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가정은 공공 지원 신청이 향후 이민 심사나 신분 문제에 불이익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이민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의 공중보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방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중증 질환 상태에서 병원을 찾게 되면 치료 비용이 급증하고 감염병 관리나 아동 건강 관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건설, 농업, 물류 등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에서 이민자 노동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건강 악화와 의료 접근성 저하는 노동시장과 지역경제에도 장기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법 집행과 공공복지 제도의 엄격한 적용이 납세자 부담을 줄이고 불법 이민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민자 권익 단체들과 의료계는 현재의 정책 기조가 서류미비 이민자를 넘어 합법 이민자와 미국 시민권자 가족들까지 위축시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 사회 전반에 예상치 못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