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북부 하이랜드파크에 위치한 라비니아 페스티벌이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개장 125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친 새 ‘헌터 파빌리온(Hunter Pavilion)’이 공개되며, 오랜 팬들과 음악가, 관계자 모두가 “라비니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0일 열린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서는 라비니아의 역사와 새 파빌리온의 의미를 되짚는 패널 토크가 진행됐다. 행사 진행을 맡은 지역 언론인 실비아 페레즈는 “여름 하면 라비니아가 떠오른다”며 “1980년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별빛 아래 음악을 들으며 와인을 마시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75백만 달러 모금 완료… 2029년 125주년 준비 본격화
라비니아는 올해 ‘Setting the Stages’라는 이름의 장기 캠페인 첫 성과로 새 파빌리온을 완공했다. 라비니아 페스티벌 CEO 제프 헤이든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과연 끝날까?’ 싶은 순간이 있다”며 “오케스트라가 새 무대에 처음 올라서는 모습을 보니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라비니아는 이번 총 7,500만 달러의 모금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헌터 패밀리 재단과 네가니 재단, 그리고 1,000명 이상의 후원자가 힘을 보탰다.
■ “CSO가 6주간 상주하는 곳… 세계적으로 드문 축복”
라비니아의 음악적 중심에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가 있다. 라비니아의 상주 지휘자 마린 알솝은 “CSO가 여름 동안 6주간 이곳에 머무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자산”이라며 “새 파빌리온은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고 강조했다.
알솝은 새 무대에서 진행된 사전 음향 리허설을 언급하며 “압박 없이 음향을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큰 도움이 됐다”며 “무대가 더 넓고 연주하기 편해졌고, 음향도 최적의 상태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 건축가의 고민: ‘라비니아다움’을 지키면서 미래로
새 파빌리온을 설계한 로언 아키텍처의 마이클 반스는 “1950년대 지어진 기존 구조물은 시대적 한계가 많았다”며 “기능적·기술적 개선과 함께 라비니아 고유의 미학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비니아의 상징인 1904년 마틴 극장의 아트 글라스 창문에서 영감을 받아 무대 벽과 천장 패널의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목재 질감의 외관은 1950년 화재로 사라진 원래의 목조 파빌리온을 기념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 “이제 귀가 아프지 않아요”… 음악가가 체감한 변화
CSO 플루트·피콜로 연주자 제니퍼 건은 새 무대 음향 테스트에 직접 참여했다. 그는 “기존 무대는 무용수용 바닥 구조 때문에 소리가 지나치게 울리고 너무 컸다”며 “오케스트라가 크게 연주하면 귀가 아플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새 파빌리온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말러 같은 대편성 작품을 연주해도 소리가 크긴 하지만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어요.”
또한 그는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첼로·베이스 파트가 또렷하게 들렸다”며 “음향 균형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 백스테이지도 ‘대변신’… “이제 차에서 낮잠 안 자도 된다”
라비니아는 오케스트라가 여름 내내 머무는 공간인 만큼, 백스테이지 환경 개선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건은 “예전에는 물이 새는 드레싱룸, 고장 난 화장실, 보일러 옆에서 연습하던 시절도 있었다”며 웃었다. 그러나 새 시설은 전용 연습실, 넓은 라운지, 쾌적한 탈의실과 샤워실까지 갖춰져 “여름 내내 음악가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 1905년 샹들리에의 부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
라비니아 이사회 의장 다니엘라 오리어리 길은 새 파빌리온에 숨겨진 ‘이스터 에그’를 소개했다. 무대 천장 오른쪽에는 1905년 제작된 샹들리에가 자리한다. 오랫동안 가려져 있던 이 조명은 이번 공사 중 발견돼 복원됐다.
그는 “과거의 유산이 다시 빛을 발하며 미래를 비추는 상징”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 “예술은 우리를 다시 인간답게 만든다”
헤이든 CEO는 새 파빌리온의 완공이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화되고 분열된 시대에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채우고 진실과 아름다움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는 “라비니아는 매 여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공간”이라며 “새 파빌리온은 그 경험을 한층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 11일, 피아니스트 임윤찬 초청 콘서트로 새 시대의 막을 올린다
라비니아는 새 파빌리온의 첫 공식 공연으로 7월 11일 피아니스트 임윤찬 초청 콘서트를 개최한다.
‘라비니아의 새로운 장’을 상징하는 이번 무대에서 임윤찬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하며, 새 공간의 음향과 감동을 관객들에게 직접 선사할 예정이다.
라비니아 측은 “예술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모든 음악 애호가들에게 잊지 못할 여름밤을 선물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수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