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대화하는 것으로도 감염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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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재채기 아니더라도 말할 때 비말 수천개 방출
공기 통한 감염위험 커

기침이나 재채기 뿐 아니라 단지 ‘대화를 하는 것’(talking)만으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입을 열어 말을 할 때 수천개의 작은 침방울(비말·droplet)들이 발사되고, 이 비말들은 공중에서 8분에서 최대 14분까지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내셔널 과학 아카데미가 지난 13일 발표한 이같은 연구결과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나 사무실, 요양원, 유람선 등 닫힌 공간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 지를 설명해준다. 따라서 코로나19로 봉쇄 조치가 완화돼 경제활동을 재개되는 경우 실내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감염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대체로 단 한 차례의 기침으로 약 3,000개의 호흡기 비말이 외부로 방출되며, 재채기는 4만 개까지 비말이 발생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정상적인 대화 중에서도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이 방출되고, 이 비말이 공기 중에 14분까지 머무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재채기나 기침 없이도 비말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보여준다.

국립 당뇨병 및 소화기질환연구소와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은 정상적인 대화 중에 얼마나 많은 침방울이 생성되는지 실험을 통해 측정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건강하게 지내라(Stay healthy)”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는 동안 연구원들은 녹색 레이저 스캔을 통해 발화자가 방출해 낸 비말들을 추적했다.

그 결과 대화하는 동안 초당 평균 약 2,600개의 비말들이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더 크게 말하는 경우 비말의 크기가 커지기보다 더 많은 수의 비말들이 생성된다는 것도 밝혀냈다.

측정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1분간 시끄럽게 대화하는 경우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이 적어도 1,000개 이상 방출될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 비말들은 8분에서 14분 동안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저자들은 “이번 실험 결과는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것만으로 바이러스 전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고 지적하고 “논문의 수치는 보수적인 것이어서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바이러스 함유 비말들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적어도 6피트 이상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져야 호흡기 비말과의 접촉을 피하고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비말이 발사되는 힘, 주변 온도, 기류 등의 요인에 따라 비말이 6피트 이상 이동할 수 있다고 주장해 6피트 거리두기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또 다른 논문에서 이 연구팀은 특정 소리를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많은 양의 호흡기 비말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발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건강(health)’라는 단어의 ‘th’ 발음에서 많은 비말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또 UC 데이비스 연구팀이 지난 1월 발표한 다른 논문에 따르면 ‘need’의 ‘e’모음 발음이 ’saw‘의 ‘a’나 ‘mood’의 ’o‘발음 보다 더 많은 비말을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지니아대 린지 마르 교수는 “상대방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통풍이 잘 되는 공간이 아닌 한 타인과의 대면대화를 피하는 것이 감염 방지를 위해 현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웨익포리스트 의대 베르너 비쇼프 박사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대화해야 하며, 마스크를 쓰는 게 감염 방지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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