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국면서 어떤 지도자를 신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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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2개국 공동연구 결과
“다수 위한 소수 희생 보단 공평한 혜택에 높은 신뢰”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방역물품을 자국민을 위해 비축해야 할까? 아니면 세계 어느 곳이든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 할까?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이와 유사한 도덕적 딜레마에 놓일 때 공리주의 대 비공리주의적 선택 사이에서 고민한다.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 지도자를 더 신뢰할까?

이 질문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22개 국가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발표했다.

5일 부산대에 따르면 심리학과 설선혜 교수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연구책임자 미국 예일대학교 몰리 크로켓)이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2월 22일까지 22개국 2만4천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주요 정책(도시봉쇄, 확진자 추적, 인공호흡기, 개인보호장비, 의약품 등)과 관련해 연구했다.

설 교수 등은 “정치 지도자의 공리주의적 선택이 도구적 희생(instrumental harm)을 담보로 하는지, 공평한 혜택(impartial beneficence)을 지향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모든 국가에서 공평한 혜택을 위한 지도자의 공리주의적 선택은 높은 신뢰를 받았으나, 도구적 희생을 요구하는 공리주의적 선택은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ur) 7월 1일 자에 발표된 논문 ‘세계적 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도덕적 딜레마와 리더에 대한 신뢰'(Moral dilemmas and trust in leaders during a global health crisis)에 소개됐다.

연구에 따르면 같은 공리주의적 선택이라도 그것이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담보하는 것인지(도구적 희생),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고르게 누리도록 하는 것인지(공평한 혜택)에 따라 정치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달라졌다.

예를 들어 인공호흡기가 부족할 때 어떤 지도자들은 생존 가능성이 높은 젊은 사람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러한 도구적 희생을 주장하는 리더를 신뢰하지 않는다.

반면에 코로나19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세계 어느 곳이든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도자를 신뢰한다.

이 결과는 연구 대상이 된 22개국(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멕시코, 미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인도, 중국, 프랑스, 칠레, 캐나다, 호주)에서 유사하게 관찰됐다.

국내에서는 부산대 설 교수가 도덕 판단 연구 전문가로서 의사결정 연구 전문가인 UNIST 정 교수와 함께 한국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담당했다.

설 교수는 “전 세계적 보건 위기 상황에 많은 리더가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 끊임없이 직면하고 있다”며 “아무도 정답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딜레마 특징이자 어려움이지만, 신뢰를 높이는 결정을 통해 이후 중요한 결정에 대한 협조를 끌어낼 방법을 제안해준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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