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9·11 현장조사하다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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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 테러 현장 수색 후 순직한 웨슬리 유씨.

FBI 요원들 최소한 보호장구로 열악한 작업
벤젠 등 유해 물질에 노출돼 이후 암 진단

20년 전 9·11 테러 후 아수라장이 된 현장 조사에는 연방수사국(FBI) 요원들도 대거 투입됐던 가운데, 당시 테러 현장을 수색하다 순직한 요원들 중에는 한인 특수요원 웨슬리 유씨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폭스5 등에 따르면 유씨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6년부터 FBI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테러 이후 유 씨는 당시 펜타곤 주차장 내 잔해 현장에서 기밀 자료 및 증거, 유해 등을 분류하는 작업을 맡았다. 또 창고 시설에서 기밀 물품이나 가능성 있는 증거, 위험 물질 등을 수집했다.

당시 유씨는 자욱한 매연과 먼지, 항공기 연료에서 나오는 연기 등을 뒤집어쓰고 작업해야 했다. 이후 2005년 3월에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았고, 2015년 10월11일 세상을 떠났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직업안전위생연구소는 당시 현장에서 유씨가 일했던 시설이 그의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FBI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에 따르면 유씨를 포함해 9·11 테러 현장을 수습하다가 유독가스 등에 노출돼 순직한 이들은 현재까지 총 17명이다.

당시 FBI 요원들은 수색 끝에 항공기 블랙박스와 최소 2명의 납치범 신분증을 찾아내는 등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열악한 지원 상황 속에서도 임무를 이어나가며 결국 유씨처럼 안타까운 희생을 치른 이들도 있었던 것이다.

전직 FBI 특수요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로런 슐러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아 투병해왔다. 그는 펜타곤 테러 직후 현장에서 잔해 속을 뒤지며 증거를 찾는 작업을 맡았다.

당시 초기 현장 지원 상황은 열악했다. 요원들은 처음 며칠간은 티셔츠에다가 병원용 안면 마스크나 고무장갑 등 최소한의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일했다. 기본 물자가 워낙 부족한 탓에 당시 라텍스 장갑이나 세면도구 등을 기부하려고 나서기도 했다.

슐러는 당시 요원들이 “이에 대해 말을 아꼈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라면서 “모두 속으로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슐러는 기체 앞부분 인근 지역에서 일했는데 주변 땅이 액체로 덮인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물 사이를 첨벙거리며 지나다녔는데 내 피부와 신발 안으로 다 들어왔다”며 “제트연료, 비행기에서 나온 화학물질, 빌딩에서 나온 석면과 먼지, 사망자 유해 등 이 모든 것들이 내 피부에 닿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때 피부에 닿은 액체가 그의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제트연료 내 벤젠 물질은 혈액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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