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 접근 투자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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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간 신뢰 쌓은후 비트코인 거래 권유
한인 수만달러 피해도

사랑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거나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데이팅 앱’을 통해 관계를 형성한 뒤 상대방을 허위 ‘트레이딩 앱’에 가입하게 헤서 돈을 빼가는 비트코인 관련 스캠 사기가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인들도 피해를 입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9일 미주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미시 USA’ 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피해를 당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에 따르면 한인 여성 A씨는 몇 달 전 ‘힌지(Hinge)’라는 데이팅 앱을 통해 한 아시아계 남성과 연락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A씨는 ‘왓즈앱’을 통해 남성과 몇 주간 꾸준히 대화를 나눴고, 남성이 취미생활로 주식과 비트코인을 거래한다는 사실을 들었다. 남성의 권유로 A씨는 비트코인을 시작하게 됐고 그로 인해 수익이 생기자 점차 투자금액을 늘려 5만 달러 가량을 비트코인 거래소인 ‘트레이딩 앱’에 넣게 됐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이같은 투자가 사기를 당할 위험이 크다는 글을 읽게 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트레이딩 앱에서 돈을 꺼내려 하자 애당초 이야기가 없었던 1만5,000달러의 세금을 내야한다는 메시지가 떴고, 그제서야 A씨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상황은 되돌릴 수 없었다.

A씨는 경찰과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스캠 사기 피해 신고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에는 수십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댓글에는 비슷한 사기를 당할 뻔 했던 한인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주로 중국계 아시안 남성이 여성들을 대상으로 ‘데이팅 앱’을 통해 이같은 수법의 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사기는 ‘돼지 도살’이라는 뜻을 가진 중국어의 ‘샤주팬(Sha Zhu Pan)’ 스캠으로 분류된다. 사기꾼들은 돼지를 도살하기 전 살을 찌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기를 치기 전 1~3개월 동안 꾸준히 피해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이후 서로간 신뢰가 쌓였을 때, 은밀하게 비트코인 거래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피해자들은 평균적으로 수만 달러를 잃는 것으로 전해졌고, 이 사기는 중국에서 성행하다 최근 미국에까지 퍼져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샤주팬’을 비롯한 ‘로맨스 스캠’이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로 소셜미디어 및 이메일 등 온라인을 통해 접근, 호감을 표시하며 재력, 외모 등으로 신뢰를 형성한 후 각종 이유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을 일컫는다.

연방거래위원회는 ‘로맨스 스캠’을 저지르는 사기꾼들의 공통적인 수법을 공개하며, 온라인을 통해 만난 연인에게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면 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맨스 스캠을 저지르는 사기꾼들은 ▲타인의 신원을 도용해 가짜 프로필을 만들고 ▲일상 사진을 주고 받으며 피해자와 친밀도를 높이고 ▲투자를 교묘하게 설득해 비공식 ‘트레이딩 앱’에 가입하게 하고 ▲기록이 남지 않는 ‘기프트카드’ ‘비트코인’을 통한 금전 거래를 유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데이팅 앱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사기꾼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만남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로맨스 스캠이 늘어나고 있는데, 온라인에서 맺은 인연이 비트코인과 같은 금전 관련 이야기를 꺼낸다는 우선 의심부터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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