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가 백인 주택소유주보다 낮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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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라티노 주택 소유주 피해

나일스에 지난 20년 이상 살아온 C 씨는 대학원을 졸업한 딸이 캘리포니아주에 정착하는 바람에 얼마 전 집을 팔려고 부동산 시장에 내놓았다. 그곳으로 이사해 딸과 함께 살기위해서다.

3달 전 치열한 오퍼 속에서 한 개의 오퍼를 받아들이고 매매 계약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택감정을 의뢰했다.

문제는 오퍼를 받은 금액보다도 3만 달러 정도 낮게 주택 감정가가 나온 것이다. 결국 바이어측은 가격을 좀 낮춰 줄 것을 요구해 왔다고 한다. 집 가격을 밀고땡기는 과정에서 결국 딜은 깨지고 말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과정 속에서 집 값이 상승하는 추세지만 의외로 주택 감정가가 받쳐주지 않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부동산업자들은 귀띔한다.

들어온 오퍼에 의한 계약을 파기한 C씨는 “백인 구매자의 오퍼를 받았들였는데 주택 감정사도 백인이 나와서 감정을 진행했다. 그런데 그 감정가가 생각보다 너무 낮게 나오는 바람에 계약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인부동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K씨는 “주택이나 상가 등 많은 딜을 성사시켰는데 건물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면 거의 감정사(Appraisers)는 백인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문제는 집 주인이 흑인 혹은 라티노 등 마이너리티인 경우에 주택감정가가 백인 소유의 집에 비해 상당히 낮게 나온다는 것.

프레딕 맥(Freddie Mac/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oration)에 따르면 집 소유주가 누구인가에 따라 감정가가 다르게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같은 집이라도 소유주가 백인인 경우에 나온 감정가와 소유주가 흑인이나 라티노일 때를 가정해 나오는 감정가를 비교했는데 꽤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체적으로 마이너리티 소유의 집에 대한 감정가는 백인 소유의 집보다는 현저히 낮은 감정가가 나온다는 것이다.

오퍼를 받았다가 계약을 파기할 수 밖에 없었던 나일스의 C씨는 “감정가가 낮게나오자 바이어는 가격을 더 깎아 줄 것을 요구해왔고 결국 합의점을 못찾아 계약은 파기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C씨는 다시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퍼를 받았지만 걱정이 많다.

감정가가 제대로 나와주어야 하는데 혹시나 낮게 나올 경우 또 계약이 취소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도 백인이 오퍼를 넣었다고 말했다.

한인 부동산업계에서는 보통 은행이나 대출을 해주는 기관에서 나오는 감정사는 대체적으로 백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때 한인 1.5세가 감정사로 한인사회에서 활동했지만 결국 부동산 브로커로 전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든 리포트는 영어로 만들어야 하고 인스펙션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일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서 그만 두게 되었다고 전했다.

한인들끼리 이뤄지는 계약에서는 느끼지 못하지만 C씨의 케이스처럼 만약 백인이 구매자로서 오퍼를 넣은 경우, 백인 감정사가 나와 건물 감정을 한다고 가정할 때 그 감정가가 예상 가격보다 낮게 나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집 소유주가 마이너리티일 경우에 건물 감정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있다.<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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