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S 전화 대행 서비스 논란

0
475
IRS 전화 대행 서비스 업체가 등장해 회계법인과 개인 납세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연방 국세청이 무료 공공 서비스를 상업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무료로 공적 통신 회선 이용에 위법성
지난해 문의전화 1억통 가운데 24%만 통화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 당하는 것 같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이모씨의 말이다. 이씨는 올해 세금환급금에 대한 문의를 하기 위해 연방국세청(IRS)에 전화 통화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간신히 통화에 성공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이씨는 전화를 건 뒤 30~40분은 기본으로 기다렸고 심지어 1시간이 넘어가도 IRS 직원과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씨는 “그래도 통화를 할 수 있어 운이 좋았다”며 “주위에는 장시간 기다리다 지쳐 IRS 전화 문의를 아예 포기했다고 하는 동료들도 있다”고 말했다.

납세자라면 한번쯤 연방국세청(IRS)과의 전화 통화 실패 경험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전화를 시도했지만 30분 넘게, 심할 경우 1시간 동안 통화는 커녕 전화기를 들고 기다려야 하는 것은 짜증과 함께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이럴 때마다 간절했던 것은 IRS 전화 통화를 대행하는 서비스였다.

이런 간절한 바람이 현실로 나타났다. 5일 LA타임스(LAT)는 최근 IRS와 전화 통화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 업체가 등장하면서 회계법인과 납세자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IRS 전화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엔큐’(EnQ)다. 엔큐의 사업 모델은 단순하다. 자신들의 전화 회선을 IRS 전화교환대에 연결시켜 단시간에 IRS 직원과 전화 연결을 성공시켜 그에 따른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엔큐의 서비스는 기존 IRS 통화 대기 시간을 90%까지 줄였다는 게 업체의 주장이다.

엔큐의 전화 대행 서비스의 주 고객층은 공인회계사나 회계 법인들이지만 개인 납세자들도 증가 추세다. 최근 들어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연회비가 1,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전화 대행 서비스가 등장한 배경에는 당연히 IRS의 불통에 가까운 전화 문의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다.

전국 납세자 옹호단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IRS에 걸려 온 문의 전화 수는 대략 1억여통으로 이중 24%만이 통화에 성공했을 정도다. 납세 의무를 다하려는 납세자의 7,500만여통의 전화를 IRS 직원들이 외면한 셈이다.

올해 들어선 IRS 전화 응대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IRS가 연방의회에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3월 15일 하루에만 IRS에 걸려온 전화 건수는 860만건으로 1초당 1,500건의 전화가 폭주했다. 예산 삭감으로 인한 직원 부족이 IRS의 먹통 전화 응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엔큐의 대행 서비스는 회계 법인과 납세자들에게 IRS 통화 대기 시간을 줄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적 부담감을 덜어 내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엔큐의 영업 방식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공적 통신 회선을 이용해 이를 상업적으로 전용한 것은 사회윤리 문제를 넘어 자칫 위법성의 위험이 있다고 LAT는 지적했다. 게다가 엔큐가 IRS의 전화 교환선을 점령하는 만큼 일반 납세자들의 통화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의 미국판격인 엔큐의 IRS 전화 대행 서비스는 개인 납세자들의 편리함과 공공의 유익 훼손이라는 양극단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남상욱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