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은 밀리는데 물건은 없고···물류대란 결국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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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물류대란으로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업주와 소비자 모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수퍼마켓의 매대가 많이 비어있다.<로이터>

중국산 겨울 의류 등 연말대목 놓칠 위기
운송비 2배 폭등 불구 한국산 식품 발묶여

역대 최악의 물류 대란으로 연말 성수기를 맞은 유통·소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 해 장사의 최대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대목인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연말 샤핑시즌이 다가왔지만 물류대란으로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수입업자와 소매업자, 소비자 모두 물건 공급 지연→물건 부족→가격 인상의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물건 못 받아 아우성=맨하탄의 한 한인의류 수입 판매상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겨울 의류를 대량 주문했지만 아직도 받지 못해 연말 대목을 놓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9월 정도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납품과 판매를 시작했지만 올해는 해운 물류 병목현상으로 인해 배를 구하지 못해 중국을 출발하지 못했거나 일부는 항구에서 하역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중국 등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물건들은 예년보다 공급이 1~2개월 지연되는 것은 다반사이고 운송비도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뛰면서 업소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인 물류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 당 요금이 2만 달러를 훌쩍 넘어 작년의 두 배 이상 수준이다.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최대 8배 가량 뛴 것이다.

■운송비도 두 배 이상 올라=한인마켓들은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 매장에는 빈 매대가 날로 늘고 있고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김치를 비롯, 음류와 주류 제품, 냉동식품 등의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한인 식품 도매상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통관까지 2개월 이상 걸리고, 이 마저도 주문한 물량보다 적게 받는다”며 “이에 따라 한국산 식료품 소매가격이 많이 올랐고 일부 품목은 아예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물류대란으로 인한 공급 부족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체들은 인력과 자재 부족에 가격까지 오르면서 주택 가격을 올리고 있다.

누리건설의 한 관계자는 “요즘 목재와 시멘트, 철근 등 자재와 설치물 모두 가격이 올랐지만 공급 지연이 더 큰 문제”라며 “3~4개월 지연은 보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가격 올라 ‘울상’=소비자들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격까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한인주부 김모씨는 “한인마켓이나 미국마켓 모두 갈 때마다 가격이 오르는 것 같아 이제는 장을 보기가 두렵다”며 “연말 샤핑도 해야 하는데 너무 가격들이 올라 올해는 연말 선물 예산을 줄여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매체 CNBC는 “올해 연말 샤핑시즌에는 큰 폭의 가격할인을 기대하지 말라”며 “할인 폭도 예년에 비해 대폭 줄었지만 물건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가능한 빨리 연말 샤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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