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 투자사기 기승

0
630

수개월 친밀도 쌓은후 비트코인 등 거래유도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유학생 A씨는 지난 9월 말 데이팅 앱 ‘힌지(hinge)’를 통해 30대 중국인 남성을 알게 됐다. A씨는 남성과 2개월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락을 주고 받았고,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에 실제 만나기로 약속했다. A씨는 남성과 연락을 주고 받다 남성의 권유로 비트코인을 시작하게 됐다. A는 수익이 생기자 점차 투자금액을 늘려 5만 달러 이상을 비트코인 거래소인 ‘ZBG 트레이딩 앱’에 넣었다.

그러다 트레이딩 앱에서 돈을 꺼내려 하자 세금을 내야 한다는 메시지가 떴고, 그제서야 이상함을 느낀 A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데이팅 앱 사기와 관련해 본보가 보도한 기사를 뒤늦게 읽게 됐다.

A씨는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사 속 스캠 사기 사례가 저의 경우와 너무 똑같아서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만나기로 했던 추수감사절 연휴에 남성이 잠수를 탔고, 뒤늦게 저는 경찰과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스캠 사기 피해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저 말고도 수많은 한인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돼 지역 영사관에도 전화를 했다”며 “영사관 측은 아직까지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추후 피해 사례가 더 모이면 연락을 주겠다는 대답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데이팅 앱’을 통해 접근한 상대에게 금융 사기를 저지르는 ‘로맨스 스캠 사기’가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같은 사기는 ‘돼지 도살’이라는 뜻을 가진 중국어의 ‘샤주팬(Sha Zhu Pan)’ 스캠으로 분류된다. 사기꾼들은 돼지를 도살하기 전 살을 찌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기를 치기 전 1~3개월 동안 꾸준히 피해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이후 서로간 신뢰가 쌓였을 때, 은밀하게 비트코인 거래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피해자들은 평균적으로 수만 달러를 잃는 것으로 전해졌고, 이 사기는 중국에서 성행하다 최근 미국에까지 퍼져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샤주팬’을 비롯한 ‘로맨스 스캠’이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로 소셜미디어 및 이메일 등 온라인을 통해 접근, 호감을 표시하며 재력, 외모 등으로 신뢰를 형성한 후 각종 이유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을 일컫는다.

연방거래위원회는 ‘로맨스 스캠’을 저지르는 사기꾼들의 공통적인 수법을 공개하며, 온라인을 통해 만난 연인에게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면 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맨스 스캠을 저지르는 사기꾼들은 ▲타인의 신원을 도용해 가짜 프로필을 만들고 ▲일상 사진을 주고 받으며 피해자와 친밀도를 높이고 ▲투자를 교묘하게 설득해 비공식 ‘트레이딩 앱’에 가입하게 하고 ▲기록이 남지 않는 ‘기프트카드’ ‘비트코인’을 통한 금전 거래를 유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데이팅 앱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사기꾼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주로 중국계 아시안 남성들이 여성들을 대상으로 ‘데이팅 앱’을 통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맺은 인연이 비트코인과 같은 금전 관련 이야기를 꺼낸다면 우선 의심부터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석인희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