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 받고 미군도 배치···중요성 커지는 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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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줄 서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로이터>

우크라 접경국이자 구소련 위성국···지금은 EU·나토 회원국
서방의 동유럽 전력 투입에 ‘린치핀’···”폴란드에 기회” 의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의 중요성이 조명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534㎞가량 국경이 맞닿아있는 데다, 과거 소비에트연방의 동유럽 위성국가였지만 지금은 유럽연합(EU)의 일원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폴란드 역시 위기 국면에서 외교·안보 입지를 키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24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폴란드 지도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높아진 시점부터 이번 사태를 주시해왔다.

이달 중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난민 100만명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수용 시설 준비에 들어갔고, 지난주 우크라이나 정부 부처와 은행 등이 해킹 공격을 받았을 때 폴란드 정부 기관들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긴장 국면에서 폴란드의 외교·안보 역할도 커졌다.

이달 초 미국은 폴란드와 독일에 병력 2천명을 파병한 데 이어 추가로 폴란드에 공수부대원 등 3천명을 배치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또 폴란드에 6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관 직원들이 옮겨간 곳도 폴란드였다.

폴란드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지지 행보를 보였다. 정치인들은 키예프를 방문해 지지 의사를 보여줬고, 포탄과 대공무기 등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주엔 우크라이나, 영국과 함께 무역·국방 협력 증진을 위한 3자 안보협정도 체결했다.

러시아와 서유럽 사이에 자리잡은 폴란드는 한때 러시아 야망의 표적이 되기도 했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동유럽에서 나토의 최대 회원국으로서 러시아와 유럽 간 안보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동유럽에 전력을 투입하려는 서방국들 노력에 폴란드가 ‘린치핀’이 될 것이라고 FP는 진단했다.

폴란드는 동유럽에서 러시아에 이어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고, 지리적으로 러시아를 상대로 한 나토의 억지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와는 오랜 갈등 관계다. 러시아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 폴란드를 123년간 점령했고, 제2차대전 동안에도 폴란드를 또다시 침공했다. 전후 1989년까지 폴란드에 꼭두각시 공산주의 정권을 설치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 등으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었다. 나토에 가입한 것은 1999년이었다.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벨라루스와는 난민 사태로 갈등을 빚었다.

중동 지역 출신 난민들이 벨라루스와 인접한 폴란드 국경을 넘으려 하자 벨라루스는 이들을 폴란드 국경으로 몰아냈고, 폴란드는 이들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병력을 강화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는 냉전 종식 이후 나토 회원국과 러시아 동맹이 충돌한 가장 최근 사례다.

러시아의 개입 없이 번영하는 우크라이나를 만드는 것은 폴란드에 안보 이상의 의미라고 FP는 진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 폴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역할은 폴란드가 기꺼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폴란드는 중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두 번째로 큰 교역국이다. 우크라이나인은 폴란드에서 가장 큰 이민 집단으로,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은 폴란드 경제의 필수 요소가 됐다.

지난달 유럽외교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폴란드인의 65%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면 우크라이나를 방어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른 유럽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바르사뱌 연구소의 전문가이자 언론인은 토마시 그지와체프스키는 “역설적으로 이 갈등은 폴란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언론인 미할 포토스키는 “폴란드는 러시아가 유발하는 이 긴장의 시작부터 국제무대에서 매우 적극인 역할을 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정치 다원주의 강화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성향을 키우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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