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쿡 카운티 배심원단이 요양원의 과실로 사망한 79세 여성의 유가족에게 1,220만 달러(약 165억 원)라는 기록적인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일리노이주 역사상 요양원 관련 최대 규모의 배상액으로 기록되었으나, 동시에 현행 요양원 관리 법안의 치명적인 허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건의 발단은 셜리 아담스(Shirley Adams) 씨가 시카고 노스사이드의 한 요양원에 입원하면서 시작됐다. 입원 당시 건강했던 아담스 씨는 불과 3개월 만에 심각한 욕창과 감염 증세를 보였고, 수차례의 수술 끝에 결국 2023년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 측 변호인은 “요양원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관리 소홀을 방치했으며, 이는 환자의 생명보다 기업의 수익을 우선시한 결과”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번 판결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배상금 액수 때문만이 아니다. 이 요양원은 일리노이주의 법망의 허점을 악용해 요양원 운영 주체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요양원들이 복잡한 법인 구조를 통해 자산을 분산시키고, 소송 발생 시 ‘지급 불능’을 주장하거나 실제 운영 책임자를 숨기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1,200만 달러 판결은 요양업계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지만, 법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승리 없는 판결’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행법상 요양원이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하는 인력 기준이나 관리 책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여전히 낮아, 운영 주체들이 벌금을 내는 것이 인력을 충원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담스 씨의 유가족은 판결 후 인터뷰에서 “우리 어머니가 겪은 고통은 돈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이 일리노이주 전역의 요양원 환경을 개선하고, 더 이상 우리와 같은 비극을 겪는 가정이 없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요양원 시설의 투명성과 책임 강화를 위한 법안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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