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극복했는데 … 운동은 안한다”

117

소아암 청소년 57.5%, 일주일에 한 번도 운동 안해

평균 수면 시간은 7.6시간으로 대조군보다 1.3시간 더 자

부모가 운동하면 자녀도 따라 운동 확인

연구팀 “완치 후 운동량 늘려서 건강한 삶 기약해야”

소아암을 극복한 뒤에도 어린 환자들에게 남은 그림자는 짙었다.

소아암 병력이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건강한 청소년과 비교해 완치 후에도 신체 활동량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체활동을 늘리면 그 자체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도 보탬이 되는 만큼, 소아암 환아를 둔 부모와 의료진 모두 눈 여겨 볼 연구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송윤미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백희조 교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여요환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7년 시작한 국내 소아암 생존자 코호트에서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184명과 성별, 나이를 맞춘 대조군 1,840명을 비교 분석해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분야 권위지인 ‘암완화치료(Supportive Care in Cancer, IF=3.359)’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소아암 병력이 있는 청소년들의 평균 나이는 15.7세로, 대조군 15.3세와 비슷했다. 발병 당시 고형암(40.8%), 백혈병(33.7%), 뇌종양(14.1%), 림프종(11.4%)을 진단받았으나, 완치 판정 후 평균 5.4년이 경과해 건강을 되찾은 상태였다.

하지만 완치판정 이후에도 병이 남긴 상흔은 깊었다. 소아암 청소년의 체질량지수(BMI)는 18.6 kg/㎡로 저체중 기준을 간신히 넘겼다. 대조군은 21.6 kg/㎡로 차이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왜소하다는 방증이다.

60분 이상 중등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몇 번 했는지 묻는 질문에 소아암 청소년은 절반 이상인 57.5%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중등도 운동은 약간 숨이 찰 정도의 빠르게 걷기 수준을 말한다. 같은 질문에 대조군으로 참여한 건강한 청소년의 비율은 32.8%이었다.

이를 토대로 대조군을 기준으로 활동 가능성을 통계적으로 측정했을 때 소아암 청소년은 일주일에 3일 이상 정기적으로 운동할 가능성이 대조군의 54% 수준에 불과했다. 정기적으로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가능성도 대조군의 44%에 그쳤다.

반대로 수면 시간은 소아암 청소년이 더 길었다. 소아암 청소년의 일 평균 수면 시간은 7.6시간으로, 대조군 6.3시간보다 1.3시간 더 길었다. 깨어있는 시간이 적어 활동량이 줄어들었을 개연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아암 청소년의 활동량을 늘릴 해법으로 보호자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

환자 보호자가 주기적인 운동을 하는 경우 소아암 청소년이 달리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할 확률이 2.08배 뛰었다. 평소 운동하는 보호자를 보고 자라 운동하는 습관이 몸에 밴 덕으로 풀이됐다.

연구팀은 “미국암협회는 소아암 환자에게 일주일에 5일 이상 60분 이상 중등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학업에 바쁘겠지만 운동에 시간을 투자해야 더 오래,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보호자와 의료진 모두 관심을 갖고 아이가 운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후원(1720270)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