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살해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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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oFundMe

▶ 작년 자바업주 흉기 살해…10대 용의자 고작 5년형

▶ ‘미성년’ 처벌 규정 논란…강절도 맞선 ‘영웅’ 재조명

지난해 10월 LA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에서 한인 업주 이두영(당시 56세)씨를 숨지게 한 2인조 10대 청소년 강도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고작 5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솜방망이 처벌 규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LA 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일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가발 판매업소를 운영하던 이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용의자(사건 당시 17세)가 최근 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징역 5년은 범행 당시 18세 미만인 미성년자에게 부과되는 최대 형량이지만, 일각에서는 아무리 미성년자라도 사람을 죽였는데 수감기간이 5년에 불과한 것은 터무니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2명의 남녀 2인조 10대 강도가 이씨의 가게에 침입해 물건을 훔쳐 달아나다 이씨와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용의자 한 명이 이씨를 칼로 수차례 찔렀는데, 이번 ‘솜방망이 선고’와 관련해 희생자 이씨 사건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다운타운에서 가발가게를 20년 가까이 운영했던 이씨는 숨지기 전에도 수차례 좀도둑을 포함한 강절도 피해를 겪었고 그 때마다 범인들과 대치해 부상을 입곤 했다. 이씨는 강도와 대치하느라 코뼈가 부러지고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이씨의 외동딸인 이채린씨는 “그냥 물건을 훔쳐 가도록 나둬라”며 아버지의 안위를 걱정했지만, 매번 가게를 지키겠다는 아버지의 태도는 확고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날도 이씨는 가게에서 물건을 훔쳐 나간 강도들을 쫓아가 다툼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17세 남성이 칼을 빼 이씨를 수 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렀다. 비보를 듣고 달려간 채린씨에게 이웃 가게 주인들이 울면서 “이씨는 자신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걱정해서 그러신거다. 자기라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런 범죄가 계속 늘어날까봐 그걸 막기 위해서…”라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사건 발생 이후 채린씨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절절하게 실은 추모의 글(My father gave his life protecting what was his)과 함께 고펀드미를 개설했고, 당시 1,900여명이 성금에 참여해 총 9만4,860달러가 모아졌다. 100개가 넘는 댓글에는 ‘이민자 부모들이 얼마나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는 등 내용이 올라왔고, 이에 채린씨는 추모글에서 미국에 와서 7년 동안 아빠와 함께 한 시간이 ‘선물’ 같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빠는 우리에게 영웅이고, 올바른 일을 했고, 사람들은 그걸 기억해줄거야”라는 말로 혼자 남은 슬픔을 위로했었다.

딸 채린씨는 또 “사랑하는 아빠가 나에게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아는 사람도 가족도 친척도 아무도 없는 이 머나먼 땅에 혼자서 얼마나 열심히 살아 왔는지 잘 알아”라며 “아빠와 내가 서로 얼마나 사랑했는지 모두가 다 아니까 행복한 기억만으로 보내줄게”라고 글을 남겨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사건 당시 LA 자바시장 업주들은 이두영씨를 기리는 촛불 집회를 열고 이씨를 추모하기도 했다. 자바시장 상인 위즈맨 캥가바리는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물건을 훔치려 하면 그냥 내버려 두라고 이씨에게 얘기했지만, 이씨는 ‘내가 당하면 다음 차례는 당신이고 계속해서 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이웃 모니카 빌라배조는 “우리의 기도 속에서 이씨는 함께 있을 것”이라며 이씨의 희생을 기렸고, 알레한드라 무로디아즈는 “이씨의 미소와 마음, 용기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 당시 커뮤니티 리더 및 업주들은 경찰력 강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바시장 매장들을 타겟한 강도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경찰들도 출동하지 않고 있어 업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자바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인 황모(41)씨는 “무보석금 제도인 ‘제로 베일’(zero bail) 정책이 시행된 이후 강도들이 별다른 죄책감도 없이 범죄를 저지른다”며 “강도사건이 발생해도 별도의 경찰 출동도 이뤄지기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 대책이 없고 업주들만 가슴 졸이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