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라스베가스 고속철 ‘청신호’… 건설 탄력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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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 정부 30억 달러 그랜트 지원 확정

▶ 2시간 주파 ‘브라이트 웨스트’ 프로젝트 2028년 LA 하계올림픽 맞춰 완공 목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남가주와 라스베가스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연방 예산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고속철 건설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의회 전문지 더 힐 등에 따르면 연방 정부는 LA와 라스베가스 구간의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30억 달러의 그랜트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의 연방 의원들이 중심이 돼 추진해온 ‘브라이트 웨스트’ 프로젝트로, 2021년 제정된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법’(IIJA)이 책정한 철도 교통망 개선용 예산 660억 달러 중 일부다.

미국의 유일한 민간 철도회사인 ‘브라이트 라인’이 추진하고 있는 LA-라스베가스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의 총 공사비는 120억 달러로 LA 동쪽 랜초쿠카몽가와 라스베가스의 265마일 구간을 잇는다. 시속 215마일 이상을 달리는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랜초쿠가몽가에서 애플밸리, 헤스페이라, 빅터빌을 거쳐 라스베가스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브라이트라인은 이번 예산 지원으로 올해 말 공사를 시작해 늦어도 오는 2027년까지 고속철도 건설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는 2028년 LA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개최 이전에 공사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연방 정부와 의회가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나서는 데는 그동안 미국이 고속철도 분야에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뒤쳐져 있는 현실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64년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신칸센이 운행된 지 59년이 지났다. 중국도 2003년 고속철도 시대를 연 이래 20년 만에 4만493km에 이르는 거대한 고속철도망을 구축했다. 유럽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중심으로 대도시 사이에 고속철도망이 형성되어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고속철도는 보스턴에서 뉴욕과 워싱턴DC를 잇는 구간이 유일하다.

하지만 연방 정부가 IIJA의 660억달러의 철도 교통망 개선 예산을 확보함으로써 미국에서도 고속철도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주가 있다.

연방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은 LA-라스베가스 구간의 고속철도 건설 이외에도 샌프란시스코 남동쪽 도신 머세드와 LA의 북서쪽 도시 베이커스를 연결하는 170마일 구간이 건설 중에 있다. 이르면 2030년에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샌디에고까지 연결해 무려 500마일의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계획도 있지만 예산 문제로 주춤한 상태다.

이 외에도 여러 곳에서 고속철도 계획이 건설 또는 논의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미국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연결하는 국제 고속철도 건설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텍사스 댈러스와 휴스턴을 잇는 240마일 구간에 300억달러를 투입해 오는 2026년부터 시속 200마일 고속철도를 운행해 90분 안에 주파한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이 뒤늦게 고속철도 건설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고속철도가 자동차나 비행기에 비해 시간 절약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LA와 라스베가스를 차로 여행하면 약 4시간이 소요되지만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2시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있다. LA와 라스베가스의 고속철도 공사를 통해 지역에 3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와 1,000개의 고정 일자리가 창출되며 약 100억달러의 경제 파급 효과도 있다.

기후 변화 대응에 따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고속철도의 필요성이 커졌다. LA와 라스베가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약 40만톤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속철도 건설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미국 진출의 기회가 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9월 가주고속철도청이 주최한 온라인 사전 입찰 설명회에 참여했다. 6대의 고속 전기열차 투입과 30년간 유지보수 등 총 5억6,100만달러 규모의 사업에 현대로템이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과 입찰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