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변호사/ 회계사)
어린 나이에도 내게 그녀는 참 예뻤다. 눈도 크고, 코는 오똑하고, 긴 머리에 늘씬한 몸매, 서구적인 외모의 미녀 배우였던 그녀가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스크린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필자가 12살때였는데, 아직 어린아이였음에도 실연을 당한 것 처럼 한참 동안을 멍한 기분이었던 기억이 있다. 대한민국 재벌 기업인 롯데그룹의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의 실질적인 세번째 부인인 서미경씨 이야기다. 그녀는 제 1회 미스 롯데 출신으로, 배우가 되어 유명세를 탔는데 서승희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는 더 알려져 있다.
그렇게 우리 곁에서 사라진 그녀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건 얼마전 일이다.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했던 그녀가 실제로는 롯데 그룹 신격호 회장의 사실상의 세번째 아내가 되어 그동안 살아왔던 것이다. 두사람의 나이 차이는 37세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대중에게는 멀어졌지만, 신격호회장과는 아주 가까워져 딸하나를 낳고 어마어마한 재산을 불리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녀는 고국의 롯데 시네마 극장에서 독점권을 가지고 팝콘과 음료수를 팔고있는 유원실업이라는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었다. 극장에서는 보통 영화관람권 수익보다 팝콘 판매수입이 더 크다고 한다. 고국의 법이 몇년전부터 바뀌어서 관객들은 외부에서 구입한 음료수나 식품도 극장내부로 반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고국의 극장들은 이런 사실을 관람객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아서 많은 수익을 남겼고, 그녀의 이 회사가 요즘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의 혐의를 받자 이회사는 최근에 서둘러 정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제는 거의 환갑의 나이가 되어버린 그녀를 조만간 다시 TV에서 볼 수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검찰이 롯데그룹의 비리와 탈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검찰에 출석시킬 것 같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으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오랜 기간 동안 껌과 과자의 달콤한 맛에 시원한 사이다의 맛까지 알려주었던 롯데그룹이 요즘은 고국의 전국민에게 껌처럼 씹히고 있다. 롯데가 그동안 만들었던 껌을 다 합쳐서 일렬로 세우면 지구 둘레를 330번이나 감을 수 있다고하니 참 많이도 만들고 많이도 씹었다. 그렇다면 최근 대한민국에서 단연 비호감 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롯데에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이다. 신격호 회장의 두번째 부인은 일본인이다. 신격호 회장이 이 일본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은 한국말이 아주 어눌하다. 그런데 이 두 아들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가지고 수년간에 걸쳐 다투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까지는 작은아들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첫째 아들은 틈만 나면 이를 빼앗기 위해 주주총회를 소집한다.
두번째는 ‘비자금 조성’ 문제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특정계열사가 그룹내 관계사에 매출금액을 부풀려 잡음으로써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과 뇌물공여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을 소지가 있다.
세번째는 ‘탈세’ 문제다. 사실 탈세문제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격호 회장 가족이 롯데그룹의 소유권을 어떤 식으로 지배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한국과 일본에 있는 롯데 그룹의 회사들은 일본에 있는 롯데홀딩스라는 지주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롯데 홀딩스라는 지주회사는 상장되지 않은 회사여서 실제 소유권이 공개 되어 있지 않다. 신격호 회장은 롯데 홀딩스 지분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데, 2005년에 이 롯데 홀딩스 지분의 6%를 자신의 첫째 딸과 사실상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세 6,000억원 가량을 탈세했다는 의혹이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건설회사도 가지고는 있지만, 그룹의 주력회사는 제과, 호텔, 쇼핑, 카드 등 주로 서비스나 소비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고국의 정부나 검찰은 이 재벌기업에 좀 손을 대도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이번 검찰의 기업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 질지는 계속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