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미래··· “변동성 개선·경제 역할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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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암호화폐가 급락하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법정화폐 채택 등 시장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커져 향후 미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로이터>

■ 크립토 커런시의 미래는

연말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은 6만 9,000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20% 넘게 하락했다. 오미크론 변이와 중국 헝다그룹 신용 강등 등 악재가 발생하면 암호화폐 시장이 가장 먼저 출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높은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상품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같은 슈퍼리치 뿐만 아니라 큰 손인 기관들도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까지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시장에서는 중장기 우상향을 전망하면서 최근 하락장을 기회로 투자를 늘리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암호화폐의 최근 트렌드와 미래 전망을 조명해본다.

단기 상승 모멘텀 낮아져 장기 투자 전략 가야
큰 손 투자 등 중장기 기대감, ETF 등장도 호재

■연말 변동성 확대…약해진 단기 상승 모멘텀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이번 연말은 천국과 지옥을 넘나든 시간이었다.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이 11월 말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이후 급격히 하락하면서 다른 암호화폐 대부분이 12월 들어 이전 고가 대비 20%가 넘는 큰 낙폭을 기록했다. 28일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4만7,688불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자산 규모가 큰 이더리움은 4,035달러를 기룩 중이다.
암호화폐의 최근 급격한 하락에는 여러 이유가 꼽히지만 지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대량의 매도세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많다. 또한 최근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조기 긴축 가능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와 같은 경제 충격이 유독 가상화폐 시장에서 크다는 점이다.
증권시장과 비교해보면 뉴욕증시 다우존스지수는 15일 종가 기준 3만 5,549.35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11월 고점이었던 3만 6,416.46과 비교해 2.3% 하락한 것이다. 주식시장은 오미크론 변이나 연준의 긴축 시사 메시지 같이 시장 전체에 파급력을 미치는 대형 악재가 터져도 일정 하락 이후 저가 매수세가 붙으면서 시장이 회복되는데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충격이 또 다른 충격을 낳고 반등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ETF 출시 등 기관 유입에 반전 가능성은 높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호화폐의 중장기 전망까지 우울한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급격한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는 리스크 헷지 수단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ETF인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선물 ETF’가 거래를 시작했다. ETF가 상장되면 개인 뿐만 아니라 기관 자금 유입이 쉬워져 하락 장세에서 저가 매수세 유입이 거세질 수 있다. 향후 암호화폐 시장도 일반 증권시장처럼 시장 충격이 통제가능한 수준 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큰손들은 최근 하락장세를 기회로 비트코인 매수세를 강화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신봉론자 머스크 테슬라 CEO 외에도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1,434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매에 사용한 금액만 8,200만 달러로 천문학적인 규모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총 12만 2,478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급격한 하락장세에서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집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슈퍼리치나 기업인들이 아닌 셀러브리티들의 암호화폐 투자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IT전문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키아누 리브스는 이달 말 개봉예정인 ‘매트릭스: 리저렉션’ 관련 인터뷰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암호화와 메타버스와 같은 분산 기술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가상현실 공간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키아누 리브스 같은 슈퍼스타는 기업인들보다 친숙하기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 일반 개인들에게도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법정 화폐 채택 되기도…결제수단 범용성 커진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의 결제수단으로서 기능도 커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일부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용됐는데 이를 넘어서 법정화폐로 채택한 국가도 나타났다. 지난 9월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공식화페로 채택했다. 당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 밖에 있는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비트코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엘살바도르 정부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 하락기에 비트코인을 대거 매수하는 등 화폐 물량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암호화폐를 법정 화폐로 채택하는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엘살바도르를 비롯해 저개발 국가들은 자국 화폐가 있어도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달러화가 대신 유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경제 주권을 미국에 넘기는 위험한 일이다. 이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을 추가로 사용하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은 해외로 나간 노동자들이 국내로 돈을 송금하는 일이 많은데 이 경우에도 가상화폐를 사용하면 각종 수수료가 들지 않아 편리하다.
물론 여전히 높은 가격변동성과 자금세탁 위험은 암호화폐가 결제수단으로 자리잡는 데 큰 리스크로 존재한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당시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 금융기관들의 자금 세탁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제까지는 이런 문제점만 집중적으로 다뤄졌다면 최근 들어서는 결제수단으로서의 편리성 등 장점이 많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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