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경제읽기] 망하는 유전자와 도박사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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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공인회계사/변호사/Taxon대표/시카고>

 

“Y형, 위로를 해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망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계십니다. 망하는 유전자란 별것 아닙니다. 승산이 없는 일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어서 결국 실패하는 것입니다. 혼자 조용히 망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모두 피해를 주면서 망하는 사람은 ‘망하는 유전자’를 가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이런 적이 이번 한번뿐이 아니잖습니까? 당신은 이런 비슷한 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신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해합니다. 남들에게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으셨겠지요. 그럴싸한 건물도 가지고 싶으셨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당신 주위에 모든 사람들이 말렸습니다. 그때, 당신은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업이 어려워지자 주위에서 말리던 사람들에게 투자를 요청하셨지요. 때로는 그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리기도 했고, 사업이 잘된다며 달콤한 말로 투자를 권유하기도 하셨지요. 하지만 결국 당신의 사업은 망하고 당신은 주위분들과 모두 연락을 끊으셨습니다. 지금 당신은 아마도 주위 사람들을 탓하시겠지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왜 자신을 더 강하게 말리지 않았느냐고 말입니다. 마지막에 주위에서 조금만 더 도와주었어도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가상의 편지다. 이 이야기를 읽고 뜨끔했다면 이건 이미 당신 이야기가 아니다. ‘망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에 뜨끔해 할 줄도 모른다. “달걀을 절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포트폴리오 이론은 투자뿐만 아니라 사업에도 적용된다. 투자뿐만 아니라 사업도 위험 관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사업에서도 ‘성공하는 것보다 실패하지 않는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과 주위의 모든 자원을 한 곳에 집중시켜서 보란듯이 실패를 하는 사람들, 그것도 여러번 그러는 사람들은 분명히 문제가있다. 그들은 실패하면 상황이나 주위에 다른사람을 탓한다. 이런 사람들은 중간에 잠깐 작은 성공을 이룰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지푸라기를 들고 불속에 뛰어 들어간다. 그들은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일에 도전하다가 결국은 주위에 모든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야 만다.

도박에서 줄곧 잃기만 하던 사람은 이번 판에는 반드시 자신이 딸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확률적으로도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확률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1913년 8월 18일, 모나코에 있는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검은색 또는 빨간색 두가지 색만 존재하는 룰렛게임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룰렛판을 구르던 구슬이 검은색 홀들 또는 빨간색의 홀들중에 한 곳에 들어갈 확률은 50대 50이었다. 룰렛 판위에 검은색 홀들과 빨간색 홀들의 숫자는 정확히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룰렛판의 구슬은 연속으로 스무번이나 계속해서 검은색 홀에만 들어갔다. 그러자 도박사들은 많은 돈을 빨간색에 걸었다. 이제는 빨간색 홀에 구슬이 들어갈 차례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구슬은 검은색 홀에 들어갔다. 도박사들은 그 다음 판에는 더많은 돈을 빨간색에 걸었다. 하지만 다음판에도 구슬은 검은색 홀에 들어갔다. 그날밤 구슬은 결국 스물 여섯번이나 연속으로 검은색 홀에 들어 간다. 그날밤 도박사들은 모두 수백만 달러를 잃었다.

사람들은 스물 여섯번이나 연속해서 구슬이 검정색 홀에 들어갈 확률은 대단히 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서 스물다섯번 동안 구슬이 검정색 홀에 들어갔다면 스물 여섯번째에는 당연히 빨간색 홀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아니 최소한 구슬이 빨간색 홀에 들어갈 확률이 검정색 홀에 들어갈 확률보다는 더 높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어떤 경우라도 룰렛게임에서 구슬이 검정색 또는 빨간색 홀에 들어갈 확률은 정확히 반반이다. 확률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확률의 특성을 ‘확률의 무기억성’이라고 한다. 매번 확률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망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주위사람의 고통은 아랑곳 않고 아무리 여러번 망해도 단 한번만 성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도전한다. 이 글을 읽고 젊은이들이 도전을 두려워 할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은 하지 않고 자기 실력에 걸맞지 않은 도전을 하는 자는 ‘망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지 심각히 고민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