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저히 갚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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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시카고)

십자가 형을 선고 받은 예수님은 로마 병사들에게 희롱 당하신 후, 온몸이 피에 덮힐 정도로 채찍에 맞으셨습니다. 그런 후 주님은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걷기 시작합니다. 약 100kg에 달하는 십자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주님은 자꾸 쓰러지시고, 결국 로마 군인에 붙잡힌 구레네 출신 시몬이 대신 십자가를 짊어집니다. 골고다 언덕에 도착하자 병사들은 십자가를 땅에 눕히고 벌거벗은 예수님을 그 위에 포개어 눕힙니다. 몸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양팔을 십자가에 묶습니다. 그후 대못을 주님의 양 손과 발에 박아 넣습니다. 피가 솟구치고, 주님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나옵니다. 오전 9시쯤 주님 달리신 십자가는 하늘 높이 세워집니다. 이젠 굳어버린이전 처형자들의 피 위로 주님의 보혈이 쉼없이 흘러내리는 동안, 병사들은 주님의 겉옷과 속옷을 나누기 위해 제비 뽑고, 구경꾼들은 머리를 흔들며 주님을 모욕하고 희롱하고 비난합니다.

그리고 3시간쯤 후부터 3시간 동안 특별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먼저 하루 중 가장 밝아야 할 시간에어둠이 몰려와 온 땅을 덮었습니다. 짙은 어둠은주님의 육체적 고통과 이를 지켜 보고 계신 하나님 아버지의 심적 고통의 크기를 대변합니다. 또한“인자가 온 것은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함”이라는 주님 말씀도 생각나게 합니다. 대속물, 또는 화목제물로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께 인류가 지었고 짓고 있으며 또한 앞으로 지을 모든 죄들이 쌓여가는 겁니다. 그 결과 빛이신 주님께서 그 쌓인 죄들로 인해어둠으로 변해버린 겁니다. 이제 예수님은 우리 인간을 대신해서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죽어야할 제물이 되신 겁니다. 주님의무한한사랑입니다.

오후 3시쯤 주님은 큰소리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외쳤습니다. 시편 22편 1절에 기록된 말씀으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뜻 입니다. 하나님이란 호칭은 예수님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님은 하나님을 늘 아빠 또는 아버지로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의도적으로 시편 22편 1절의 말씀을 외치고 계신 겁니다. 시편 22편은 전반부에선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마치 본듯이 묘사하고 있고, 후반부에선 이 땅의 모든 민족이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장면과 그렇게 하나님을 찾는 자가 누릴 영원한 생명을 노래합니다.그러니까 주님은 지금 시편 22편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선포하고 계신 겁니다. 마지막 에너지까지도 복음을 전하는데 사용하고 계신 겁니다. 주님의 무한한은혜입니다.

예수님께서 운명하시자마자 지성소를 가리고있던 휘장이 위아래로 찢어집니다. 히브리서 10장 20절 말씀처럼 주님께서 자신의 육체를 찢으심으로 죄로 막혀있던 하나님께 나가는 길을 활짝 열어놓으신 겁니다. 로마서 5장 1절 말씀처럼 주님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는 자들이 된 겁니다. 주님의 무한한은혜입니다.

일어난 모든 일을 지켜보던 로마 사람 백부장이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고 고백합니다. 십자가를 통해 이루신 구원이 이 땅 모든 백성들에게 임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이방인이었던 우리들이 구원의 축복을 누리며 이 땅을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이 또한 주님의 무한한 은혜입니다.

예루살렘에는 ‘비아 돌로로사(슬픔/눈물의 길)’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빌라도 법정에서 골고다까지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셨을 길을 재현해놓은 장소입니다. 주님께선 그 눈물의 길을 완보하셨고, 대신온 인류 앞엔 구원의 길이 활짝 열린 겁니다.

예수님 지신 십자가를 묵상할 때마다, 평생을 갚아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그 무한한 사랑과 은혜로 인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