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기념관, 국립사적지에 부정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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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인 시카고 잭슨파크.[미문화조경재단]
연방도로청, 7월30일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공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카고 미시간호변의 국립사적지에 5억달러를 투입, 개인 기념관을 지으려는 구상이 또다른 ‘장애물’을 만났다.

시카고 다운타운 남부의 유서깊은 시민공원 ‘잭슨파크’에 건립 추진 중인 ‘오바마 대통령 센터’에 대해 환경 영향 평가를 실시한 연방도로청(FHA)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오바마 센터가 잭슨파크 일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FHA는 오바마 재단이 1974년 국립사적지로 등재된 잭슨공원에 대통령 센터를 짓기로 하면서 국립사적지 보존법(NHPA)과 국가 환경정책법(NEPA)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자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했다.

‘시카고 남부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2㎢ 규모의 잭슨파크는 뉴욕 센트럴파크를 디자인한 19세기의 전설적인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와 칼베르트 보가 설계했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자리이고, 시카고대학·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 등과 인접해있다. FHA는 4개동으로 구성된 오바마 센터가 잭슨파크와 시카고대학 캠퍼스 남쪽 공원 미드웨이 플레장스 등에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FHA는 보고서에서 “조경 전문가 옴스테드가 하나의 대상으로 전체적 균형을 갖춰 설계한 공원을 변형시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국가 재산의 고결성(integrity)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바마 센터 건물 규모가 시카고의 주요 건축물 중 하나인 과학산업박물관 외양이 지닌 의미를 축소시키고, 건축 면적 조율을 통해 공원 경관을 조화롭게 만들려 한 설계자의 의도를 훼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FHA는 앞으로 30일간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시민 환경단체 ‘잭슨파크 워치’ 공동의장 마거릿 슈미드는 “오바마 재단은 지금까지 지역주민과의 대화 및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이 그들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슈미드는 “국립사적지에 이토록 큰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사업을 허용해야 하는가”라며 “오바마 센터 건립 프로젝트가 역사적 시민공원 및 지역사회와 공존할 수 있도록 재설계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지난해 잭슨파크 부지 용도 변경을 승인하고, 조례 개정을 통해 오바마 측이 기념관 건립 부지를 99년간 단돈 10달러에 장기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오바마 측이 최종 후보지 중 한 곳으로 발표했던 저소득층 흑인 밀집지구의 워싱턴파크 등으로 부지를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재단은 성명을 통해 “풍부한 역사가 서린 위엄있는 시민공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설계 전반에 신경을 썼다”면서 “잭슨파크를 보존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 센터를 시카고 남부에 지을 수 있는 방안을 지역사회로부터 듣기 바란다”고 밝혔다. 오바마 기념관은 애초 2017년 착공해 빠르면 2020년 문을 열 계획이었으나, 시민단체의 소송과 일부 주민의 반발, 건립 기금 모금난에 부딪혀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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