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생각]남의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한인회

2431

신은영 기자

지난달 29일 이민법 전문 변호사들,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영사, 시카고에서 유일한 한인 이민자 보호교회 담임목사가 참석해 이민자의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본 권리부터 행동 요령까지 자세히 일러주는 알찬 간담회가 시카고 한인동포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계자를 제외한 한인 참석자는 30여명에 그쳤고, 대부분 코람 아파트, 무궁화연장자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연장자들이고 실제 절실하게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이슈를 주제로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던 이 의미있는 행사에 왜 더 많은 한인들이 참석하지 못했는지 안타까웠다. 어려운 상황에서 행사를 만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사의 결과가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마무리지어질 때에 다음의 행사가 준비되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하나센터측에서 준비한 행사 순서지에는 분명 이성배 한인회장 인사말이 순서에 있었으나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 회장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하나센터측에 물어보니 사전 불참 통보도 없었다고 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는 하나센터가 주축이 돼 한인문화회관과 시카고한인회 등 3개 기관 및 단체의 공동주관으로 열린 행사인데도 한인회는 단 한 명의 관계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하나센터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간담회를 준비하기 위해 3번 정도 한인회에 연락을 취했고 결국 공동주관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 건 전화나 보낸 이메일 등에서는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한인회가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동포들을 대상으로 중요한 이슈를 함께 알리고 한인들을 모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동주관을 제안했는데 예상보다 적게 모여서 아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결국 한인회는 공동주관에만 이름을 올리고 행사와 관련된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은 셈이다. 하나센터가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격이 되고 많은 사람들은 한인회가 초기부터 한인사회를 위하여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공동주관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의 최소의 의미는, 행사에 대한 책임감을 함께 갖고 행사가 잘 치러질 수 있도록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인회는 동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권익 보호 및 향상 등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물론, 이번 한 사례를 보고 단정지으면 안되고, 한인회의 탓만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공식 업무를 시작한지 두달이 지난 한인회는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인 동포들의 권리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갖고 도울 자세가 되어있는 지에 대해서 만큼은 의구심이 든다. 34대 한인회가 ‘활기찬 한인사회를 만들겠다’고 외치며 시작한 것이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시카고에 있는 많은 단체조직들의 중심이 되어, 많은 행사들이 시카고한인회와 함께 하여 ‘활기찬 한인사회’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