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이 코로나 더 취약···사회 구조적 불평등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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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어려운 직종에 근무 많아
사회적 거리두기 이행 힘들어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 때 감염
집단거주지 의료 시설도 부족
감염ㆍ사망 비율 월등히 높아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피해가 흑인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인종 간 사회·경제적 격차가 뚜렷한 미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방 정부도 코로나19가 흑인 커뮤니티에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정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흑인의 감염 및 사망 비율이 ‘불균형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시간주는 흑인 인구의 비중이 14%지만 확진자의 33%가 흑인이었고 사망자 비율은 43%나 됐다. 대도시 시카고도 사망자 중 흑인 비율(67%)이 인구 비중(32%)의 두 배를 넘었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은 흑인 거주자가 많은 카운티에서 감염률과 사망률이 각각 많게는 3배, 6배나 되자 “가장 충격적인 경험 중 하나”라고 한탄했다.

그렇다고 흑인 커뮤니티에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태티스타의 조사 결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생활습관을 바꿨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백인보다 흑인이 더 높았다. 지난달 10, 11일 실시된 조사에서 마스크 착용 비율은 백인이 5%인 데 비해 흑인은 10%였다. 다중 밀집시설을 피하거나 악수를 중단했다는 항목에서도 백인보다 흑인의 긍정 답변이 각각 10%포인트 가량 많았다. 흑인들이 코로나19 예방 조치에 주의를 더 기울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흑인의 코로나19 확진·사망자 비율이 높은 이유를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에서 찾는다. NYT는 “보건당국이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지만 출·퇴근을 계속해야 하는 직종에 근무하는 흑인 노동자들은 대중교통 수단 등에서 감염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코로나19 카스트’다.

맨디 코언 노스캐롤라이나주 보건장관은 “우편번호가 건강상태를 결정한다”고 했다. 흑인 집단 거주지역에 의료시설이 부족한 것은 물론 직업 등에서의 구조적 차별이 기저질환 등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정례브리핑에서 흑인 커뮤니티의 확진·사망자 비율이 다른 인종에 비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연방당국이 이번 주 안에 이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앤소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흑인이 당뇨병이나 고혈압·비만·천식 등의 질환을 많이 가졌기 때문에 더 많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NYT는 “정책 입안자들이 흑인 공동체의 잠재적 황폐화를 막기 위해 즉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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