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전략 4년전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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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이메일’·바이든 ‘러 스캔들 개입론’···오바마까지 소환 총공세

대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이 2016년 때와 판박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시 공화당 내에서조차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에 힘입어 당선된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는 자신의 ‘러시아 스캔들’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민주당 세력을 ‘딥 스테이트’(deep state)로 규정하고 이를 비난하는 전략으로 대선 승리를 거머쥐려 한다는 의미다. 딥 스테이트는 국가 정책·정치를 왜곡하려 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을 뜻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 전략의 한 가운데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전 정권의 적자인 바이든 흠집 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처 미흡과 경제 침체 등으로 인한 비판적 여론을 돌려보려는 ‘꼼수’라는 시각도 적지 않은 만큼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AP통신은 17일 트럼프 대통령과 그 일원들이 4년 전 클린턴을 패배시키는 데 도움을 줬던 음모론적인 정치적 각본을 다시 꺼내 들었다고 보도했다. 집권 세력이 올 대선을 부정직한 기득권 정치인과 그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정치적 아웃사이더 사이의 선거로 프레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대선과 다른 것은 이른바 아웃사이더가 바로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이던 마이클 플린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2016∼2017년 수사로 불거진 ‘러시아 스캔들’에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당시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이 개입했다고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고 있다.

이 같은 공격은 4년 전 상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하고, 비영리 클린턴 재단을 통한 부 축적을 위해 정부 인맥을 동원했다는 음모론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AP는 “많은 유권자에게 그 암시는 효과가 있었고, 수십년간 대중의 주목을 받아온 한 여성의 청렴성에 대한 의구심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을 싫어했던 유권자보다 바이든을 싫어하는 유권자가 더 적고, 2016년 당시 트럼프와 클린턴 둘 모두에 부정적이었던 유권자들이 실제 트럼프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라고 AP는 전했다. 4년 전에는 FBI가 클린턴의 이메일 서버 건을 조사하면서 클린턴에게 정치적 피해를 안겼다. 반대로 이번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정치적 일격을 가하려던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까지 몰렸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아들 헌터를 상원 청문회에 부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캠프의 세라 매튜스 대변인은 “플린의 신원 공개 관여부터 부통령 당시 아들의 해외사업 성사에 이르기까지 바이든은 워싱턴의 늪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이든 측 자문위원 도닐론은 “사람들은 바이든을 잘 알고 있다”며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이 바이든의 능력과 경험 등에 대한 논쟁 속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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