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실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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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감람산의 겟세마네 동산에서 잡히신 예수님은 가야바 대제사장 집으로 끌려가셨습니다. 이미 연락이 되었는지 대제사장들과 장로들과 서기관들, 즉 산헤드린 공회 멤버들이 그곳에 속속 도착했습니다. 예수님이 이곳에 서도록 제일 열심히 노력한 사탄도 함께 했습니다. 유대교 리더들의 마음에 질투와 분노의 불을 지르고, 주님 제자 가롯 유다의 마음에 배신을 심어놓은 장본인이잖아요. 사탄의 의도는 예수님을 흠집 내는 겁니다. 사탄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과 인간을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기 위해 화목 제물로 오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탄은 예수님으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함으로 쓸모없는 제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은 흠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탄은 주님의 삶에 흠을 내기 위해 집요하게 공격해왔습니다. 주님께서 모든 면에서 시험을 받았으나 죄를 짓지 않으셨다고 기록한 히브리서 말씀을 통해, 사탄의 공격이 얼마나 집요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겁니다. 이곳 공회엔 예수님을 향한 분노를 품고 주님을 죽이기 위해 3년 동안 준비해 온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랍게도 공회는 예수님의 삶에서 전혀 흠을 발견해낼 수 없었습니다. 본문 속 공회에 모인 사람들은 예수님을 죽여야 한다는 마음을 품고 3년을 지켜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동안 수집한 정보들을 가지고 예수님을 정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일치하는 죄목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 사람을 죄인으로 확정하려면 최소한 2명의 증인이 있어야 한다는 율법 때문에 예수님을 정죄할 수가 없는 겁니다. 공회 전체 멤버는 70명, 전원이 참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회의 소집에 필요한 정족수인 23명 이상은 되었을 겁니다. 그러니 2명이 입을 맞추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그럴듯한 죄목 하나를 만들어 서로 동의해서 예수님을 죄인으로 모는 건 식은 죽 먹기였을 겁니다. 어차피 주님을 죽일 목적으로 모인 자리잖아요. 그런데 신비하게도 두 사람이 일치하는 죄목이 하나도 없었던 겁니다.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예수님은 전혀 흠이 없는 분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묵상이 여기까지 이르자 공회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공회를 소집한 분이 하나님이셨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구약 때 제물을 드리기 전에 흠이 없는지를 검사했던 것처럼, 대제사장이 포함된 유대 최고 의결 기관을 불러서 화목 제물로 보낸 아들 예수가 제물로 합당한가를 검사하게 하신 겁니다. 하나님 뜻에 무지하거나, 하나님 뜻을 방해하려는 세력들로 가득한 모임을 사용하셔서,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뜻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가고 계신 겁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하나님은 이처럼 신실한 분이십니다.

사울에게 쫓겨 광야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다윗은 블레셋으로 몸을 피합니다. 이 부분이 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블레셋은 다윗과 상극입니다. 다윗은 첫전투에서 블레셋이 자랑스럽게 여겼던 골리앗을 물맷돌 하나로 죽였고, 그후에도 다윗은 그들과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이스라엘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라는 노래까지 생겼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블레셋 왕이 다윗을 받아주고 그가 지낼 성까지 내준 겁니다. 왕이 되어 이스라엘로 돌아갈 때까지 다윗은 그곳에서 편안한 삶을 누렸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입니다. 이 상황을 풀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기름부어 세우신 다윗이 왕이 될 때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이 뜻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께선 다윗의 적인 블레셋까지도 도구로 삼아 일하신 겁니다.

하나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의 뜻을 반드시 이루시는 신실한 분이심을 믿고, 그분의 뜻이 이뤄질 때까지 소망을 잃지 않고 인내하는 삶이 되길 축복하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