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7-2016] 시카고경찰 총격 재판 무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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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법원, 결정적 증거 은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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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어스 피넥스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AP>

시카고 연방법원이 시민을 총격 살해한 경찰관에게 무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의 결정을 무효화했다.

5일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은 지난 4일 2011년 교통단속에 걸린 상태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대리어스 피넥스(당시 27세)의 유가족이 시카고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시 당국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며 재심을 명령했다. 배심원단은 작년 4월, 피넥스에게 총을 쏜 시카고 시경 소속 경관 힐다르도 시에라와 라울 모스케다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는 평결을 내렸다.

하지만 에드먼드 챙 판사는 “시카고시 법무국 수석 변호사 조든 마쉬가 사건 정황을 알 수 있는 녹음 내용의 존재를 재판 시작 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한동안 의도적으로 감춰, 공정한 재판을 방해했다”고 재심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피넥스 변호인단이 재판 도중 논점을 바꿔야 하는 등 제대로 된 변론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면서 “재판부는 변호인단에 대한 신뢰 없이 공정하고, 정의롭고,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에 필요한 정보를 감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겼던 재판도 몰수되고, 의뢰인이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피넥스는 2011년 1월 시카고시 남부지역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다 교통단속에 걸렸다. 시에라와 모스케다 경관은 “피넥스가 타고 있던 올즈모빌 오로라 차량이 약 3시간 전 발생한 총격 사건에 연루됐다는 인근지역 경찰의 무전을 듣고 차를 세웠다”며 “피넥스가 공격적 반응을 보이면서 달아나려 해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순찰차 블랙박스에 녹음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차종이 언급돼 있지 않았고, 피넥스의 차는 총격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피넥스의 유가족 변호인단은 재판 시작 전 순찰차 녹음 내용을 증거로 요구했으나, 시카고시 당국은 “찾을 수 없다”며 응하지 않다가 재판 막판에 이를 공개했다.

지난 1996년부터 시카고시 법무국에서 일해온 마쉬 변호사는 판결 직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흑인 10대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17)가 백인 경관으로부터 16차례 집중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 현장의 동영상이 작년 11월 공개되면서 시카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 관행 및 폐쇄적 시정 운영 등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언론은 이번 판결이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람 임마뉴엘 시장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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