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끼어들기 ‘최악’ 혹평···결국 진행방식 바꾸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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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로이터]

■ 대선 1차 TV토론 후폭풍
트럼프 “거짓말쟁이” 바이든 “입 다물어”
“TV토론 방해 93번 중 71번은 트럼프”
대선토론위 “토론방식 보완해 발표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첫 TV토론이 막말과 끼어들기로 얼룩지자 역대 미 대선 TV토론 역사상 ‘최악’이었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지난 29일 열린 이번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서로의 말을 끊으면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서로 뒤엉켜 발언을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순간이 자주 목격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발언하는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자꾸 끼어들자 “입 좀 다무시지. 대통령답지 않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질서를 지켜달라는 진행자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을 탓하며 항의했다가 “당신이 더 자주 끼어든다”는 경고를 받았다.

또 바이든 후보는 탈세 문제를 거론하면서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고, 헬스케어 문제를 거론하면서 트럼프를 겨냥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광대’(clown), ‘인종차별주의자’, ‘푸틴의 꼭두각시’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 집계에 따르면 90여분의 토론에서 두 후보가 진행자의 질문이나 상대 후보의 발언을 방해한 것은 1분에 한 번꼴인 93번이었다. 이중 트럼프 대통령이 방해한 횟수는 71번으로 76%, 바이든 후보가 22번으로 24%를 차지했다. 4번 중 3번은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흐름을 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만만찮은 막말과 인신공격으로 맞섰다. 그는 바이든 후보를 ‘슬리피 조’(졸린 조)라고 조롱했고, “반에서 성적이 가장 나빴다”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CNN 방송의 간판 앵커인 울프 블리처는 “지금까지 본 대선 토론 중 가장 질서가 없었다”고 평했고 제이크 태퍼는 “엉망이다. 쓰레기통에 불이 나고 난파된 기차 안에 있는 것만 같다”고 혹평했다.

정치학자 조너선 번스타인은 블룸버그 통신에 실은 ‘트럼프는 나라와 자신을 부끄럽게 했다’ 제하 칼럼에서 “다른 나라로 송출되지 않길 바라게끔 만든 대선 토론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토론이 진행된 90분 내내 트럼프는 대통령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진행자인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도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제지하며 “바이든이 발언을 끝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을 연발하는 등 진땀을 흘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 대선토론위원회(CDP)는 30일 대선 후보 간 질서 있는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형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1차 토론이 난장판에 가까운 혼란이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토론 방식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서둘러 내놓은 것이다.

대선토론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어젯밤 토론은 좀 더 질서 있는 토론을 보장하기 위해 남은 토론의 형식에 추가적인 체계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채택할 변화를 신중히 검토하고 머지않아 조치들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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