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백신 반격 시작한 미국 ···코로나 전세 역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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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애틀란타 소재 CDC 본부 건물.

CDC 자문위 권고로 14일부터 대국민 접종 돌입
추가 검증ㆍ물량 확보ㆍ불신 완화 등 과제 산적

“디데이(D-Day)가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지금껏 수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미국이 반격을 시작했다. 14일 드디어 일반 국민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돌입한다. 확진ㆍ사망자 수가 압도적인 최대 피해국인 만큼 어쨌든 인류에게 전세 역전의 실마리가 마련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반전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면역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데다 추가 검증, 물량 확보, 불신 완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문 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12일 미 제약 업체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16세 이상 미국인들에게 접종하라고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투표를 통해서다. ‘11대 0’(3명은 기권) 몰표가 나왔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의 권고 수용은 요식 절차여서 화이자 백신 사용을 위한 행정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11일 연방식품의약국(FDA)이 자문 기구 권고를 받아들여 긴급 사용 승인을 내린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연방정부는 이날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백신만이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을 잡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라고 믿어서였다. 피터 실라지 미 캘리포니아대 소아과 교수는 ACIP 회의 참석 뒤 CNN방송에 출연해 “백신의 효능, 안전성과 효과, 부작용에 대한 명확한 증거에 근거해 백신을 지지하는 쪽으로 투표했다”며 “백신은 대유행 종식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격에 임하는 당국의 태도는 결연하다. 미 행정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백신을 실은 상자가 포장되기 시작한 이날을 제2차 세계대전 전세를 바꿨던 1944년 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실행일 ‘디데이’에 비유했다. 그는 “디데이는 종결의 시작이었다”며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라고 말했다.

일단 급선무는 백신을 안전하게 배송하는 일이다. 첫 공급분은 13일 오전 항공기와 호송차가 붙은 전용 트레일러 트럭으로 미시간주 캘러머주의 화이자 공장에서 백신 수송을 맡을 화물 운송업체 페덱스ㆍUPS의 전국 물류 허브로 옮겨진 뒤 목적지로 향한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의 초저온 보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송 과정에 드라이아이스와 특수 컨테이너가 동원된다. 백신을 담은 컨테이너에는 위치와 온도, 대기압, 움직임 등 정보를 실시간 파악, 물류업체 본부로 전송하는 첨단 센서도 부착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수송을 놓고 “미 역사상 가장 복잡한 물류 임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최우선 접종 대상은 2,100만명의 의료업 종사자들과 300만명의 장기 요양시설 거주자ㆍ직원이다. 접종은 이르면 14일부터 이뤄진다. 이들 다음으로는 노인이나 기저 질환 보유자, 교육 종사자 등이 주사를 맞게 되리라는 게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장 예상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는 내년 4월 말까지 미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1억명이 백신 주사를 맞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곧바로 백신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3주에 걸쳐 두 차례 맞아야 백신 면역 효과가 발생하는 데다 외출ㆍ모임ㆍ여행 등이 자유로워지는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하려면 인구의 70~80%가 면역력을 가져야 한다. 파우치 소장은 9일 한 행사에서 “내년 2분기에 걸쳐 효율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면 여름이 끝나갈 때쯤 집단면역을 확보하고 연말쯤에야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에도 장기간 마스크 착용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백신이 1년 만에 초고속으로 개발된 만큼 임상 시험 대상이 적었던 임신부ㆍ청소년에게도 안전한지, 부작용은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는지 추가 검증이 이뤄져야 하고,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백신 거부감도 줄여야 한다. 제한된 백신 공급도 문제다.<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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